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민호의 카메라 루시다

제목

2004년 4월 어느 봄날의 기억

닉네임
이공
등록일
2013-03-03 13:04:47
조회수
1762
첨부파일
 013.JPG (205469 Byte)
2004년의 어느 봄 날, 벗꽃이 활짝 피었던 금강 의 날을 기억하니 오늘이 새롭다.
----------------------------------------------------------------------------------------

사진철학의 풍경들 ; 마이클 케냐

마이클 케냐가 1시간 반 동안 강연한 이야기들은 사진가라면 반드시 이해, 경험, 참조 해야 할 살아있는 말이었다. 평론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였고, 어느 정도 경지 오른 작가라면 당연히 수행하는 사진적 철학의 이야기였다. 그가 했던 이런저런 인상 깊은 이야기 중에서 꼭 들려주고 싶은 말 가운데 네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이 세상은 단 한번도 똑같은 적 없다. 그가 변했거나 내가 변했거나 우리삶이 변했다.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 무엇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바라볼 수 있고 그로인해 구원도 가능하다. 나는 이런 사진이 좋아서 가는 곳을 또 가고, 찍은 것을 또 찍는데 똑 같은 풍경은 단 한번도 없었다. 삶도 그러하지 않은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뿐....

둘째, 편한 것보다 힘든 것이, 정상적인 것보다 특이한 것이, 평범한 것보다 기이한 것이 사진적 이다. 나는 남들과 다른 조건에 있고 싶다. 춥고 바람 불고, 어둡고 힘든 촬영조건이 나를 더욱 성장 시킨다.
그것들을 당연시하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가 선택한 사진적 조건에 힘들거나 지루하거나 포기한 적 없다.

셋째, 대번에 드러나고, 대번에 알아채는 사진보다 한겹, 두겹을 벗겨야 비로소 알아채는 사진이 울림이 크다. 사진의 공명은 숨어있고, 감춰있고, 함축될 때 깊어질 수 있다. 가령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울림이 크다. 흑백은 컬러에 비해 큰 비움이고, 미니멀 혹은 추상은 현실에 비해 큰 비움이고, 어둠은 밝음에 비해 큰 비움이다.

넷째, 오래 사랑해야 사진이다. 무엇이든 오래 사랑하는 것이 사진적인 것이다.
무엇이라도 좋다, 어떻게라도 좋다. 그것은 사진작가 저마다의 개성이니까.
그러나 오래 사랑하는 주제, 오래 사랑하는 소재, 오래 사랑하는 대상이 있을 때 사진으로 행복할 수 있다.
사진은 어떤 것과 만나도 상관없다. 어떤 카메라도 상관 없다.
다만 주제, 소재, 대상과의 만남이 오래가고 오래 지켜볼수록 깊어지고 의미도 커진다. 그래서 사람도 풍경도 자주, 틈틈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이 좋은 것 이다.

아!, 이건 보너스로 말한다. 너무 기대를 갖고 사진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진은 우연적인 것이 때론 매력이다. 어떻게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거나 바란다거나 하지마라! 마음으로 찍으면 생각지 않은 우연적인 것이 더 멋진 선물로 안겨올 때가 많다.
나의 사진은 그렇게 나와주기를 기대하고 희망하고 찍은 사진이 거의 드물다. 나의 오랜 노출 시간에서, 그리고 그 변화무쌍한 촬영조건에서 원하는 대로 나오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그의 말이란 숙련되고 숙성된 사진가에게는 일반적인 말이다. 일가를 이뤘거나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사진가에게는 평범한 말이다.
사진의 본질을 알거나 사진의 존재이유를 아는 작가라면 귀를 세우지도 않는다. 너무 당연한 말이고 너무 상식에 속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이클 케냐의 말은 무게 있었고 의미 있었고 강력했다.
내가 듣기에는, 연륜 깊은 사진가들이 들어도 경청할만한 높은 수준의 철학적 언술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나무를 촬영했다. 나무를 인간으로 여기고 촬영해온 그다.
그에게 나무의 일생은 철학의 일생이다.
나무를 인간의 삶과 견주면서 다가서고 바라보고 새기는 그다.
그에게는 나무의 삶이 곧 세상의 조건으로서의 삶이다.
단, 그가 너무 아름답고 세련되고 눈부시고 매혹적인 마이다스의 손을 가져서 그의 손에만 가면 이쁘고 이뻐져서 로버트 아담스의 못생긴 나무를 좋아할 때 도 있지만.

아주 조용히 독백처럼 그가 말한다.
“왜 힘들게 사진하는 것이 외려 더 기쁘고 좋을까”

-진동선-

마이클 케나 홈피
http://www.michaelkenna.net/



--------------------------------------------------------------------------------------
▶ 사진가_이민호_016.9360.2334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삶 속에 스며있는 차이의 의미를 찿아가고 있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minoylee <다큐멘터리, 사진을 만나다>
작성일:2013-03-03 13:04:47 14.50.35.6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게시물 댓글

비회원 로그인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