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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카메라 루시다

제목

사진이 하는 말

닉네임
이공
등록일
2013-02-05 19:46:03
조회수
1810
첨부파일
 a002.JPG (462768 Byte)
존 버거 "Ways of Seeing"

내 카메라 너머에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이지만 그러나 사진이란 무엇이며, 사진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말해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진 발명이래 계속되어 온 이런 의문에 대해서 정곡을 찔러 주었던 사람은 영국의 예술 비평가이자 철학가인 존 버거(John Berger)였습니다. 존 버거는 사진이 보는 이에 따라 얼마나 모호하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사진을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 보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어떠한 모순을 빚는지를 밝혀 주었습니다. 결국 그에 의해서 사진의 의미는 새롭게 태어났고, 그가 이론화한 "새롭게 보는 방법(Ways of seeing)"을 통해서 사진은 우리가 상을 달리 보고, 달리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모든 사진은 눈에 읽히기 위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사진을 읽습니다. 우리를 종종 혼란에 빠트리는 해석의 모호함도 거기에서 비롯됩니다. 사진은 또한 생의 한 순간을 잘라 낸 토막 난 시간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이러한 시간의 단절에서 오는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찍은 자와 보는 자 간의 시각의 모호함이 있습니다. 존 버거의 "새롭게 보는 방법"은 바로 그러한 사진의 단절, 모호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는 사진의 단절과 해석의 모호함이야말로 사진만의 독특한 특징이며, 이러한 것들에 의해 사진은 더욱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존 버거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카메라 너머에 세상이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은 시간의 한 순간을 간직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시간의 기억들에 의해 그것들이 지워지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진을 기억 속에 저장된 이미지라고 하고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진의 의미는 그렇게 순간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의미는 세상과 이미지를 연결하는 바로 그 지점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사진은 의미의 전개 없이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줄거리 없는 소설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사진은 어떤 사건에 대해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진의 의미를 알아채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의미는 종종 우리를 미끄러지게 하거나 우리를 배반합니다. 존 버거는 의미와 해석의 수수께끼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합니다. 사진을 찍었을 때와 사진을 바라볼 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간차가 있고, 보는 사람이 찍힌 그 순간의 정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미와 해석은 함께 하기 때문에 쉽게 해독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보는 사람이 의미를 알아채거나 그 순간을 읽어 낸다면 바로 그 순간이 과거가 현재에 덧붙여지는 새롭게 보는 방법이 적용된 순간이라고 존 버거는 말합니다.
존 버거는 카메라를 모습을 실어 나르는 마법 상자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카메라가 실어 오는 모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와 문화의 구성물이라고도 하고, 모래 위에 남긴 발자국처럼 앞서 지나간 그 무엇이라고도 했습니다. 사진가는 세상의 사건과 순간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사진가의 선택과 구도는 필연적으로 사회와 문화의 구성물이며, 이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진가가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을 배제하거나 거부했던 사회, 문화의 구성물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이처럼 사진가가 사건을 읽고, 특정한 사회적 상황을 이해했던 것, 여기에 사진가의 독특한 삶, 주장, 그리고 사진가의 세계가 이입되기 때문에 사진의 늘 모호하게 됩니다.
마법 상자로서의 카메라는 눈앞의 사건을 담아 주고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킵니다. 사진은 언제나 과거입니다. 사진이 과거의 한 순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와는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사진은 언제나 우리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진 찍은 사람이 바라본 세상에 대한 메시지(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이 경험하는 그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충격의 메시지(관객의 경험에 따라 해독되는 이미지)입이다. 존 버거의 "새롭게 보는 방법"은 바로 그것들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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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_이민호_016.9360.2334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삶 속에 스며있는 차이의 의미를 찿아가고 있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minoylee <다큐멘터리, 사진을 만나다>
작성일:2013-02-05 19:46:03 14.50.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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