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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제목

아들의 여드름

닉네임
보통 아빠
등록일
2011-12-14 22:09:55
조회수
1290
우리집 아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서워 한다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우리집 식구 모두다 아들아이의 눈치만 본다. 우리집 분위기가 아들아이에 의해서 좌우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고3 초반기부터 여드름으로 공주에 있는 피부과를 다녔다.

하지만 신경을 많이 써서 인지 잘 낫지 않는다. 아들은 여드름이 심해 질 때는 밖에도 잘나가지 않으려고 하고 한번 화장실에 들어가면 거울 보느라고 시간을 다 보낸다. 여드름에 좋다는, 나는 이름도 잘 모르는 화장품을 인터넷을 찾아 사달란다.

아이가 적어주면 공주 신관동에 있는 화장품 가게에서 사다주곤 해서 내가 화장품가게에 가면 이제는 무엇을 사러 왔는지 화장품 가게 주인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클렌징 크림 등...

그렇게 정성을 다 했는데도 여드름은 나아지질 않고 여드름 흉터만 남는다고 아이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수능 볼 때 까지만 참아라. 요즘은 의술이 좋아서 흉터 자국도 다 치료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부부가 안심시키고 달래어 수능 볼 때까지 왔다.

드디어 11월 10일 운명의 대학수학능력 시험 당일 우리부부는 수능 끝나기도 전에 공주고 정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교문으로 나오는 아들의 표정을 보면서 차마 물어 보지는 못하고 그저 “수고 많았다.”하고 등을 두드렸다.

한데 아이가 수능 얘기는 하지 않고 대전 피부과 얘기부터 꺼낸다. 벌써 인터넷으로 어느 병원으로 갈지 다 알아 놓았단다. 어이가 없었지만 할 수 없지 않은가? 요즘은 남자도 여자처럼 화장도 하고 머리 염색도 하는 시대인데....

아빠가 해주고 싶은 말 “아들아 여드름 흉터 정도는 문제없이 치료 된단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열심히 씩씩하게 만 살아라.” 하지만 이 말은 하지 못 하고 가슴속에 묻어둔 채 결국은 아이가 인터넷에서 알아 둔 대전에 있는 피부클리닉에 접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가격을 듣고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작성일:2011-12-14 22:09:55 183.107.99.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