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는이야기

제목

택시에 놓고 내린 축구화

닉네임
원더우먼
등록일
2011-12-13 19:47:30
조회수
1099
핸드폰이 울린다. 이번에 수능 본 고3 아들이다. 지금이 오후 1시쯤이니 집에 와서 또 “점심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 전화이겠거니 생각하고 받았다. “엄마, 빨리요~빨리 택시회사에 전화해야 해요”. 전화기를 들자마자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축구화를 택시에 놓고 내렸어요.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찾으면 연락 달라고 해주세요”. 그 순간 벼르고 별러 큰 맘먹고 거금(?)을 들여 이틀 전에 사준 축구화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이구~어쩌지!...”. “몇 시쯤, 어느 택시를 탔느냐?”고 다급하게 물으니, “12시 30분쯤 학교(공주고) 앞에 세워져 있는 택시를 친구 4명과 함께 타고 신관동 농협파머스 마켓을 들러 신월초등학교에서 내렸다”고 한다.

개인택시인지, 회사 택시인지 물으니 “아들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렇겠지, 아이들이 그런 것까지 보고 타겠나. 학교 앞에 세워져 있으니까 그냥 타기만 했겠지.

우선 내가 유일하게 전화번호를 아는 ‘곰 택시’에 전화를 해봤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기사님들한테 무전을 쳐서 알아본다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아무한테도 연락이 없다고... 허탕이다. 또 광일, 대광, 현대, 웅진택시, 개인택시 등 여러 군데에 전화를 해봤다.

혹시 찾으면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다. 당일 날은 애타게 기다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 연락이 오지 않자 기대감이 점점 무너져 갔다. 그렇게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어느 택시 직원이 “요즈음은 택시에 물건을 놓고 내리면 돌려줘요”라고 한말이 생각나 “혹시나!”하는 희망도 가져봤지만 허사였다.

“그러면 그렇지! 새 운동화니까 버리진 않았을 거고... ”. 생각할수록 속이 상했다. 아들도 3일정도 지나니까 “연락이 왔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포기한 것 같았다.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까 친구들과 거의 매일 축구를 하고 집에 오는데 축구화가 없으니 얼마나 속상할 까.

아들은 워낙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도 아들은 축구화를 다시 사달라는 말도 못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저렴한 것으로 다시 사들고 들어갔다. 지 맘에 드는지 몰라도 싫다는 소리도 못하고 “감사 합니다”라는 말만 하고 좋아했다. 곧바로 신발 겉에는 이니셜을, 속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유성펜으로 써서 매일 학교에 들고 다닌다.

이젠 “그 운동화는 우리와 인연이 없나 보다. 운동화는 잃어 버렸어도 아들이 물건의 소중함을 조금은 깨달은 것 같아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 보기도 하지만, 아이한테는 세상을 들켜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작성일:2011-12-13 19:47:30 175.213.177.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