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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제목

아니 벌써!

닉네임
김진호
등록일
2011-12-12 23:20:46
조회수
991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고향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들 결혼시킨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둘째 아들이란다. 뭐! 벌써 아직 내 나이를 생각할 때 자식 결혼이 아직은 남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친구 아들이 결혼이라니?

새삼 세월의 빠름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62년생 범띠이니... 내년이 2012년이니까 다들 만으로 50이 되는 해이다.

내 고향은 충청북도 보은에 있는 오지의 조그만 마을이다. 전기도 72년경인 국민학교 4학년 때에야 들어왔다. 더구나 읍 소재지인 보은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면 어른 걸음으로 30분은 더 걸어가야 되는 산골 마을이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이나 국민학교까지 30분 이상 걸어 다녀야 하는 그런 마을이다.

60가구(그 당시)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그런 산골마을에 같은 나이 동무(우리는 친구를 동무라고 불렀다)가 남자 8명, 여자 7명이니 엄청 많다. 한집에 보통 5남매 이상이니. 우리가 바로 ‘베이비붐 마지막 세대’이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고, 현재 가정의 기둥 역활을 하고 있는 세대, 80년대 체루탄가스를 맡으면서 대학을 다닌 세대, IMF시기에 조기퇴직과 정리해고의 아픔을 맛보면서 산업전선을 지켜온 장본인들... 참으로 수식어가 많이 붙은 세대이다.

나는 일요일 서울에서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지하철 두 번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어렵게 예식장을 찾았다. 이럴때 공주에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서울은 살기 어렵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신랑 아버지가 고향친구를 위해 뷔페식당 외에 별도 식당을 예약해 그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제는 어엿한 가장이지만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그 옛날 국민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마냥 즐겁다.

하지만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친구들 사는 얘기를 들으며 "다들 성공한 것 같은데... 나는?"하며 가슴 한군데가 시려옴과 동시에 나를 뒤돌아보게 되었다.

이제 큰아이가 대학교 2학년 작은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은데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집에가는 차 시간 때문에 아쉬움을 전하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먼저 일어나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깨달았다. 그렇지만 나도 가진 것이 많지 않은가?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잘 자란 딸․아들이 있고... 앞으로 10년동안이나 매달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지 않은가.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자!.
작성일:2011-12-12 23:20:46 175.213.177.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