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시도별 투표율과 득표율을 보면 박근혜 당선자가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 특히 강원도와 필자가 속한 충청도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확실히 앞섰다. 거의 완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먼저 당선자에게 축하하면서 나름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필자는 성직자지만 야당을 지지했다. 결과를 보듯이 52:48로 교회 안에는 반드시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직자가 어느 한 편에 선다고 하는 것은 손해보는 일인 줄로 안다. 실제로 지난 번 천안함 사건 때는 성도가 이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를 앞으로 전진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영호남의 통합은 물론, 특히 남북관계를 소통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고 싶은 충정에서 진보에 서고 싶다. 그리고 늘 약자편에 서 있기를 바라는 솔직한 마음도 있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은 공화당 - 민정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이 오래 정권을 잡았다. 따라서 영남이 인구가 많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으로 들어갔다. 공식선거 첫날 박후보가 공주를 다녀갔다. 대단한 바람몰이였다. 시장, 시의장 등이 일행이 되었다. 순간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남과 호남은 늘 대립적이었다. 우리 충청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원, 제주까지 보수진영에 더 많은 표를 주었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흑색선전을 넘어선 색깔론이다. 선거전에 가까운 분에게 넌지시 물었다. 80이 넘은 할머니신데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1번이라고 한다. 이유는 2번에게 표를 주면 북한에 돈 다 갖다줘서 큰일이라는 것이다.

우연히 또 다른 50대 여성들에게 들은 얘기다. 후보사퇴를 한 이정희 씨는 완전히 간첩이라고 한다. 그 남편은 말할 것도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이정희 씨가 조금이라도 보수를 더욱 집결하게 만든 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똑똑해서 심리적으로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고, 1번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는 말을 너무 강하게 말하니 살기 어려울 때 먹을 것을 주었던 박정희 향수에 박후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다음(Daum)에서 우연히 '이정희 남편이 빨갱이 인가요?'라는 물음이 있어서 클릭을 해보니 "빨갱이 맞습니다"로 시작해서 '말할 가치도 없는 인간', '종북좌파', '친북성향의 인사', '빨갱이 소리 들을 만 한 1인', '우리나라를 북한에 바치지 못해 환장한 X'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 수십개 달려있다. 선거 막판에 국정원 여직원의 비방 댓글 사건이 있었는데 댓글다는 전문 알바들이 있나보다. 모쪼록 국민들 마음에 야당은 빨갱이라는 무의식 속에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 무섭기도 하다.

필자는 이정희씨와 그 남편 심재환 변호사를 잘 모른다. 다만 대한민국 변호사로 잘 살고 있는데 필자가 만난 분들의 얘기대로라면 빨갱이가 활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게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더욱이 인권변호사 출신이자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하고 당당히 국민의 48%의 지지를 받은 야당 후보가 종북좌파라 지지하면 안된다는 의식이 할머니들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다니 참담하면서 신기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이 있다. 평소 당선자가 말하던 대로 안정을 찾고 경제민주화, 상생과 공생, 국민 대통합과 국민행복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역사를 써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남북의 극단적 대결을 지양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어 화해와 평화통일의 이정표인 6.15와 10.4선언을 충실히 이행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