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에 빚내서 어렵게 지은 건물이 이자감당을 못해 경매에 넘어가면서 폐교회 위기를 겪는 개척교회가 있다. 지난 금요일이다. 밤에 어느 교회에서 5천만 원을 빌려주는데 보증을 서달라고 부족한 필자를 찾아왔다. 사실 돈을 빌려주는 교회가 빚에 시달리는 타노회 교회도, 목사도 전혀 알지 못하기에 증경 노회장이나 신뢰할만한 분이 신원보증격인 보증을 서달라는 요구였다. 나 같아도 하나님의 돈이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냥 빌려주지는 못할 것 같다.

총회는 오래전부터 2015년까지 3천 교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를 개척하여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개척된 교회를 세워가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돈 5천만 원에 교회를 세울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더욱이 돈에 대한 보증이라기보다는 신원보증이라면 망설일 필요 없이 설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은행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께 바쳐진 교회돈이 아닌가? 오래 생각할 필요없이 도장을 찍어줬다. 그 시간이 다음 날 새벽 3시다. 도장 하나 찍는 일로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뼈아픈 권면도 하였다.

교인 이름으로 경매낙찰을 받고 1월 2일까지 5천여 만 원으로 등기를 내서 가져와야 하는데 기일을 넘겨 연체료만 400만원이 넘는단다. 법원 연체료는 20%가 넘는단다. 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돈 줄 교회 목사가 해외출장을 가고 명절이 껴서 자꾸만 미뤄진다. 연체료가 늘어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답답한 해당 교회에서는 노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노회장은 어렵게 돈을 빌려준다는 교회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하였다. 그러자 그렇잖아도 미덥지 않았는데 노회가 보증을 서달라고 한 모양이다. 얼떨결에 노회장은 긴급 임원회를 소집하였다. 노회가 개교회의 재정보증을 서 준 일도 없지만 일은 하루가 급한데 언제 노회를 소집하여 결의를 거쳐 책임있는 보증을 서겠는가? 노회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돈 줄 교회에 전화를 걸었다. 큰 교회 목사도 노회를 아는 바 어렵게 선 당회, 후 서류 첨부로 가닥을 잡고 보증서줄 목사의 공증으로 가능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고 한다.

임원회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기왕 소집했으니 모였다. 떡(보증 서)줄 사람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노회내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임원들도 몰라라 하는데 임원도 아닌 필자가 5천만 원 전체를 책임질 수는 없다. 서로 짐을 나누어지려는 마음을 확인한 후에 보증을 서도록 하겠다고 하니 누구 하나 이의를 달을까? 물론 잘 되겠지만 만에 하나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 그러나 법적인 책임은 보증을 선 자의 몫이다.

아침 7:40 멀리 전주를 향했다. 9시까지 오라는 말에 빚을 내는 형편에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월요일은 교회가 공식적으로 휴일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노회를 넘어 전북까지 온 형편을 배려한 고마운 일이다. 필자는 보증을 서기 위해 이곳 전주까지 왔다. 보증이란 채무자가 갚지 못할 때는 대신 갚겠다는 각오로 서는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오늘을 여는 유머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오늘은 노회 안에 경매위기에 있는 교회를 위해
멀리 전주에 다녀옵니다.
소위 보증을 넘어 공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성경에 보증서지 말라는 말씀이 많이 나옵니다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교회를 위해 결단을 한 일입니다.
'사람은 믿지만 돈은 믿을 수 없다'는 말도 잘 압니다.
잘 되기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려워서 돈을 빌리는 자를 위함이 아니라 맘 놓고 돈을 빌려주는 큰 교회를 위해 멀리 온 셈이다. 물론 이자나 연체이자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해 교회는 공증까지 해야 돈을 빌려주겠다는데 하나님께 바쳐진 헌금이지만 세상이 믿을 수 없기 때문이고 빌린 자에게 책임감을 갖게 하기 위한 일일게다.

담임목사의 친절한 안내와 담당 장로와의 면담이 있었다. 이제는 공증을 하기 위해 검찰청을 찾아갔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다. 지청 안내자는 공증은 여기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저 아래 공증사무소에서 하는거라고 일러준다. 많은 법무사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조금 크게 '공증'이라는 빨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알고보니 대법원 판사의 격을 가졌거나 변호사 3인 이상의 합동사무소에서 법무부에 신청하면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공증내용을 작성하여 확인한 후 채권자, 채무자, 보증인 3인의 신분증 확인 후 도장으로 날인하여 서류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공증이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개인적인 약속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발생하도록 문서를 만드는 일이라고 하면 되겠다. 여러 면이 되는 서류를 만드니까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안내벽을 보니까 재미있는 '공증인 수수료 안내'를 보게 되었다.

법률행위의 목적과 어음 수표의 가격에 따라, 증서작성의 매수, 소요시간, 건마다 다른 수수료가 있어서 5천만 원이면 이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발생한다. 여기서 요즘 교우들이 기부금 영수증을 떼가면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당연히 헌금하신 분에게 떼주는 거라고 하였는데 고마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나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문서작성하는 은사가 있어서 수없이 많은 문서를 만들어 준바 있다. 그러나 단 한건도 돈을 받아 본 적은 없다.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에 서류가 다 되었다. 그래서 점심 때가 다 되어 자연 채식뷔페로 대접을 받았다. 돈을 꾸어주면서 밥 사고 여비와 헌금까지 해주는 일은 주님의 사랑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목사와 장로가 서로 대접을 하겠다는 모습과 틈만 나면 자기 목사자랑을 하는 은퇴교장 장로의 섬기는 모습에 은혜가 된다. 식사중에 사무실에 연락하여 송금도 되었다. 이제는 한시름 놓으며 다시 사무실에 안내되어 어제 어려운 교회를 위해 헌금을 했노라며 금일봉과 힘든데 10년 간 내조한 사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별도의 봉투를 내민다. 큰 교회 목사로부터 어려운 교회가 대접받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는 순간이다. 정작 큰 교회로부터 여비와 댓가를 받을 사람은 공증을 서준 필자이다. 돈을 꿔주는 분이 마음 놓고 꿔줄 수 있도록 보증하라고 불러서 멀리 달려가 그 요구를 들어 준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님이 우리의 중보자이시다. 주님은 우리 죄인과 하나님 중간에 서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우리를 보증서 주신 분이시다. 십자가 없이 어찌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어찌 돈을 빌릴 수 있는가? 오늘 나는 개척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위해 시간을 바치고 보증을 섬으로 닥칠 위험을 예감하며 중보자 되시는 예수님을 생각해 보는 하루였다.

성경의 본질은 '사랑'이다. 사랑은 구체적으로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책임(십자가)지고 우리를 보증 서 주신 것처럼 부담을 갖고 책임을 지는 것이 사랑이다. 부디 이번 일로 심기일전하여 해 교회가 살아나 부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파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