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환경 고스란히 태아에 이식열달 건강 평생 간다 아무 음식이나 마음껏 먹고 운동을 안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물만 먹어도 살로 가고 운동도 소용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다.

통속적으로 우리는 전자를 살찌는 체질로, 후자는 살 안찌는 체질로 부르기도한다. 이런 대조적인 현상의 원인은 식생활이나 생활방식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어흔히 유전자 차이로 돌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한 부모의 자식들처럼 유전적으로 비슷하거나 일란성 쌍둥이처럼유전적으로 동일한 경우에도 살이 찌는 경향과 안찌는 경향이 동시에 나타나는 등유전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서양에서는 최근 어떤 사람의 건강을 결정하는 데는 선천적 요인으로 유전자와후천적 요인으로 식생활과 생활습관이 얽히고 혀 작용하는 것 이외에도 ‘태아기자궁 환경’이 중요한 것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태아 때 자궁 환경의 차이에 의해 이뤄지는 ‘태아 프로그래밍’(fetalprogamming)이 그 사람의 평생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자궁 환경의 차이의 중요성은 태어날 당시 외모가 너무 틀려 이란성 쌍둥이로생각되었던 쌍둥이가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로 판명되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서도 알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자궁내에서 자란 위치, 각자 따로 보유한태반의 유형과 크기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체형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태아 프로그래밍 연구자들은 태아가 어떤 자궁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성인이됐을 때 취약성을 보이는 질환으로 비만, 당뇨, 콜레스테롤, 스트레스, 암,알레르기, 심장병 등을 꼽고 있다.

또 태아 프로그래밍은 지능 발달, 감염에 대한저항성, 감정 표현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자궁 속의 환경을 시사하는 지표는 신생아의 신장·체중·몸통둘레·머리 크기등이다. 예를 들어 출생시 복부가 비정상적으로 작았다면 간의 크기도 작을것이므로 정상 크기의 간만큼 콜레스테롤을 분해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늙어가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각종 심장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태아의 간이 제대로 발육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임신부의 영양섭취가 부족하거나 태반에 문제가 있어 태아가 모체로부터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못하면 태아는 비상사태에 돌입해 내장으로 가는 혈액을 신체 기관중 가장 중요한뇌로 돌리게 되고 정상적인 간 발육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고지방 및 고 콜레스테롤 음식을 섭취해도 건강에 지장을 초래하지않은 사람들은 큼직한 간을 갖고 태어나는 등 태아 때부터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잘분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코넬대임신·신생아연구소 소장인 피터 너대니얼스 교수는 최근 우리말로 번역된<태교혁명>(사이언스북스)에서 “오늘날 늘어나는 비만 문제는 20~30년 전에겪었던 태아기의 영양 결핍 때문에 생긴 결과일지도 모른다”며 에티오피아의유대교 종족인 팔라샤 사례를 들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팔라샤인들은 에티오피아 거주시 만성적인 기근을겪으면서 태아 때 부족한 영양 상태에 적응한 결과 섭취한 열량의 대부분을 몸에축적하도록 프로그램화되었기 때문에 배고픔의 걱정이 사라진 이스라엘에서는 비만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신부의 과도한 스트레스는 유산을 부르거나 태아의 뇌와 신체의 발달에평생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엄마 뱃속에서 이른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코르티솔에 지나치게 노출된 태아는 태어난 뒤에도 높은 수치의 코르티솔을유지함으로써 외부의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코르티솔은지속적으로 수치가 높을 경우 동맥경화, 고혈압, 세포의 빠른 노화 등의 해로움을끼친다. 태아 프로그래밍은 프로그램되기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불가역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병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거나 첫 울음 소리를 내기도전에 정해져버린 자신의 운명에 무력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태어난 뒤에 어떻게사느냐는 여전히 건강상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태아 프로그래밍의 의의는 자궁 속에서의 조건들이 성인이 된 뒤의 건강에 영향을미치기 때문에 그 조건들을 알면 추후의 위험 요소들을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따른예방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태아 프로그래밍은 이와 함께 과학적 증거를 중시하는 서양의 관점에서 태아 때임산부가 건강을 잘 유지하고 태교를 잘 하는 게 태아가 일평생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일깨워준다.

drbed.m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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