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 겸한 사색여행지로 추천

 ▲백범 김구선생의 삭발터가 있는 1코스. 이곳은 김구 선생이 승려가 되기 위해 삭발을 한 곳이다.

태화산 기슭 맑은 계곡을 끼고 위치한 마곡사에 백범 김구 선생의 숨결과 발자취를 찾아가는 솔바람길이 3코스로 만들어져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 한참이 됐다. 하지만 기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찾지 못했었다. 지난 11월 10일 친구 한사람과 함께 마곡사 솔바람길을 걷기로 하고 소풍가는 들뜬 마음으로 천년고찰 마곡사로 출발했다.

백범 선생의 이야기가 담긴 ‘명상의 길’은 세 개의 이야기가 있는 길로 구성된다. 제1길은 ‘백범길’로 선생의 삭발 터와 군왕대를 거쳐 돌아오는 3㎞ 구간의 산책코스(약 50분소요). 제2길은 ‘명상 산책길’로 백범이 머문 백련암을 돌아 활인봉을 거쳐 생골마을로 돌아오는 코스(약 2시간 소요). 마지막 제3길은 ‘송림숲길’로 활인봉에서 나발봉을 거쳐 전통 불교문화원을 통해 내려오는 코스(약 1시간30분 소요)이다.

 

우선 마곡사에 관련된 역사적 배경과 그에 얽힌 유래를 알아보자.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 3년(서기643 )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염종2년(서기 1172)에 보조국사가 중건했으며, 절의 이름은 신라보철화상이 법문을 열 때 모인 사람이 구름떼같이 많이 모였는데, 삼밭의 삼대(麻) 같이 많다고 해서 마곡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마곡사 입구에 있는 ‘춤다리(舞橋)’에도 얽힌 유래가 있다. 삼국시대에는 스님들이 국경을 초월해 고구려·신라·백제 삼국을 넘나들면서 종교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때 자장율사가 전국 삼천리 강산에 절을 세우기 위해 명당자리를 찾아 다니던 중에 지금의 마곡사 입구에 서서 태화산을 바라보게 됐는데 “천지에 이렇게 훌륭한 명당자리가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너무 기뻐 춤을 덩실덩실 추게 됐는데 지금도 그가 춤을 추던 자리가 바로 ‘춤다리’인 것.

▲자장율사가 태화산을 바라보며 “천지에 이렇게 훌륭한 명당자리가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너무 기뻐 춤을 덩실덩실 췄다는 춤다리.

<소문난 집> 서울식당
공주에서 출발한 지 30여분 후에 마곡사 주차장에 도착.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관광지에 왔으니 그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을 골라먹어야겠지?.

마곡사를 떠나기 전 마음으로 점쳐둔 식당이 있기에 주차장 옆에 붙어 있는 그 식당으로 바로 향했다. 마곡사 서울식당(041. 841-8016). 주 메뉴는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버섯전골. 올갱이 해장국.

산채정식을 시키니 반찬이 20여 가지나 나온다. 눈이 휘둥그래져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나온 음식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생각에 친구와 한바탕 웃고 나서 절반 정도 남은 음식이라도 사진을 찍어 뒀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한잔씩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와 마곡사로 향했다. 10여분을 걸어 일주문을 통과. 일주문에서 마곡사까지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가족, 연인끼리 짝지어 한적한 가을 정취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우리 또한 늦가을의 정취에 취해 20여 분만에 사찰에 도착. 사천왕문을 지나 극락교를 건너 대웅보전에 다다랐다.

이 건물의 건축양식은 조선시대에 유행하던 다포식(多包式)으로 외관이 화려하면서도 장중한 감을 주며 팔작지붕으로 된 네 모서리에 처마를 받혀 주기 위한 활주가 세워져 있어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의 아름다운 조형미를 잘 표현, 한국건축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침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수능시험을 보는 날이라 많은 불도들이 대웅보전내에서 기도에 정진하고 있었는데, 이 광경을 보면서 마곡사가 기도하기만 하면 기도의 응답이 강하게 효험을 나타내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에 아기를 낳지 못하는 아낙들이 많이 찾아와 기도를 드리고 바닥에 깔아놓았던 돗자리를 떼어다가 삶아 먹으면 ‘득남’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돗자리가 하나도 남지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김구 선생이 심었다는 향나무.

▲경내에 김구 선생을 기리는 백범당이라는 건물에 한 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해방후 여러 동지들과 마곡사를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고 지역사람들과도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백범의 뒤로 왼쪽에는 완장을 찬 좌익인사들이, 오른쪽에는 넥타이를 맨 우익인사들이 서있다.

우리는 김구선생의 행적과 연결된 솔바람길 1코스를 걷기로 했다. 태화천을 중심으로 사찰을 감싸고 도는 마곡사 솔바람길 1코스. 고즈넉하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풍경은 정말로 꽃비가 내리는 듯한, 꽃으로 물든 은하수를 건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경내에는 김구선생이 1898년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잠시 출가해 수도생활을 하던 중 조국이 해방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감개무량해 그때를 회상하며 향나무 한그루를 심었다는데 지금도 경내에서 잘 자라고 있다.

1코스를 따라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다 보면 백범 김구선생의 삭발터가 나온다. 이곳은 김구 선생이 승려가 되기 위해 삭발을 한 곳이다. 선생은 상투가 잘릴 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백범일지 기록에는
‘사제 (師弟) 호덕삼 (扈德三)이 머리털을 깎는 칼(剃刀)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송알송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위로 툭 떨어졌다.
이미 결심은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는 내용이 있다.

▲삭발터에서 군왕대로 올라가는 다리.
삭발터에서 1㎞를 더 올라가니 군왕대가 나왔다. 조선 세조가 군왕대에 올라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이라지만 만세불망지기(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는 비교할 수가 없구나”라며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그냥 자그마한 터만 있었지만 군왕대에서 내려다보니 대웅보전이 거룩하게 보였다.

마곡사는 템플스테이, 1일 300명의 숙식이 가능한 전통불교문화원 등 주위의 연건도 개선돼 공주시내 역사관광과 더불어 또 하나의 매력적인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맑고 향기로운 소나무 내음을 온몸으로 맡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생각도 나눌 수 있는 마곡사 솔바람길. 가을 산행을 겸한 사색여행지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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