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의 선유도.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인 해수욕장은 가히 환상적이다.
지난 8월. 딸과 함께 선유도로 여행을 떠나기로 날짜를 잡고, 하루 전날 군산항에서 떠나는 배편을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들뜬 마음으로 눈을 뜬 당일 아침. 갑자기 쏟아 붓는 빗줄기가 예사롭지 않다. 더 걱정되는 것은 배가 뜨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가면서 군산항에 전화해보니 배는 뜬다고. 그래도 마음을 졸이며 군산항에 도착하니 휴가철이라 가족단위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산을 쓰나마나한 빗줄기에 옷이 반은 젖은 채 여객선에 올랐다.

그래도 물길을 가르며 배는 힘차게 달리고, 철새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줄기차게 따라붙고....,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다행히 선유도가 가까워질수록 빗줄기는 어느새 줄어들고 선유도에 도착하니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선유도(仙遊嶋).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이다. 선유도는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진 고군산군도의 맏이섬이다.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 4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무리. 군산항에서 고속선으로 1시간 30분, 쾌속선으로는 45분이면 선유도에 도착할 수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카트들이 손님을 맞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선유도 선착장에 내리면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카트들이다. 선유도를 비롯해 연결된 4개의 섬은 걸어서 돌아보기엔 너무 넓지만, 선유도에는 버스나 택시가 다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섬 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해 하나 둘 카트를 대여해 주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불어났다고.

카트를 타면 선유도 해수욕장에 금방 도착할 수 있다.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인 해수욕장은 가히 아름답다. 이 해수욕장을 위해 선유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만하다. 길게 이어진 백사장 저편에는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고, 아름다운 바위산도 보인다. 우연인지 우리가 간 날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해수욕 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섬에 이국적인 정취마저 더해줬다.

▲선유도에 가면 어디서든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3개의 섬을 돌았다.
선유도에 가면 자전거는 꼭 타봐야 한다. 선유도에는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에는 최적의 조건.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섬의 절경을 즐기며 자전거 바퀴를 구르는 것은 이색적인 즐거움이다.

자전거 이용객이 많은 이유로 선유도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보통 슈퍼들도 많은 수의 자전거를 구비해두고 있다. 자전거는 한 대당 1만원 씩을 내면 하루 종일 빌려 탈 수 있다. 섬 주민들의 인심도 좋아서 실은 가격을 흥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선유도에 인접한 세 개의 섬들은 모두 다리로 연결 되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갔을 때는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장자도로 들어가는 다리가 끊겨 있었다. 장자도를 제외한 세 개의 섬을 돌아보는 데에는 대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아름다운 섬의 경치를 감상하며 자전거를 타는 3시간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카트를 대여해 좀 더 쉽게 섬의 곳곳을 구경할 수도 있다.

▲어촌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무녀도.
선유도는 해수욕장과 몽돌해변이 있어 피서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사실 상대적으로 화려한 멋이 있다. 그러나 무녀도에 가면 말 그대로 어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해변에는 섬 주민들이 바다일로 분주하며, 마을 곳곳의 마루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염전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고,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은 까닭에 한적한 어촌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즐겁다.

자전거를 타고 난 후 선유도 해변의 평상에 누워 바닷바람을 맞으니 이보다 더 행복하랴!. 한번 가 본 사람들은 꼭 다시금 찾게 된다는 선유도. 그곳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무녀도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일행들을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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