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민기자의 산행기···진안 구봉산

 
필자가 다녀본 많은 구봉산 중 가장 높고 유명한 산이 진안의 구봉산이다. 충북 속리산 줄기의 구봉산, 대전의 구봉산도 오밀조밀한 암봉들이 있어 아름답지만 진안의 구봉산은 일단 그 몸집부터가 다르다.

바로 옆에 있는 운장산과 함께 진안고원에 1,000미터가 넘는 산세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구봉산을 두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홉 봉우리의 가파른 오르내림이 마치 설악의 공룡을 옮겨다 놓은 듯하다고 한다.

구봉산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는데,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어 구봉산(九峰山)이라고 했다는 설과, 조선 선조 때의 유학자 송익필의 호가 구봉이라서 구봉산 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구봉산 바로 옆의 운장산 또한 원래는 주줄산이었는데 송익필의 자가 운장이라서 그의 이름을 따서 산명을 바꿨다고 하니 구봉산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만 정확이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다만 산세를 보는 사람들은 구봉산이 거북이의 형상을 하고 있고, 장군봉은 거북이의 머리에 해당하는 장군 대좌형이라고 한다니 결국 九峰은 龜蜂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공주에서 구봉산 주차장까지 2시간 이상을 예측했으나 2시간이 채 안 돼 도착했다. 서논산 IC에서 전주 못 미쳐 익산-장수고속도로가 개통돼 시간이 많이 절약됐다.

주천면의 관문인 구봉산은 운장산의 동쪽으로 이어진 산인데, 정상까지 오르는 데 약 3시간 걸린다. 봉우리들은 천왕봉을 주봉으로 산들이 깎아 세운 듯한 절벽으로 형성돼 올라가기 어렵게 험준하다. 구봉산 남동쪽 기슭에는 875년에 창건한 천황사가 있는데 현재의 규모는 보잘 것 없다.

▲2봉에서 바라본 구봉산 절경.

일행은 주천면 구봉산 주차장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1봉까지 쉽지 않은 경사다. 더구나 초겨울의 산은 낙엽이 쌓여 미끄러짐에 주의하며 올라갔다. 1봉은 작은 봉우리로 2봉과 정반대에 있어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렇지만 이곳만 빼놓을 수야 없지 하는 심정으로 내려갔다 인증 사진을 찍고 다시 올라 왔다.

2봉에서 바라본 구봉산은 아름다웠지만 사진기 속에 그 멋있는 부분을 날씨가 흐려 담을 수가 없어 아쉬움이 컸다. 1봉부터 구봉까지 아기자기함과 웅장함이 어우러져 있어 설악의 공룡능선을 타듯 오르내리막이 만만치가 않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이렇게 차례로 넘다보니 7봉에 왔지만 7봉은 접근 금지라 우회해 8봉까지 왔다. 다 왔다 싶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8봉에서 바라본 1봉부터 7봉까지 힘들긴 했어도 정말 아름답다.

▲식사를 하면서 바라본 구봉산 봉우리.

점심을 먹고 마지막인 9봉(천왕봉)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갑자기 수직상승하듯 가파른 계단길이 나온다. 어휴! 다 온줄 알았는데 마지막 봉우리는 종전과 다르게 엄청 높아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 한 고개 올라서니 아뿔싸! 꼭대기까진 또 한 봉우리가 남았다. 뒤에 숨겨져 있어 여기가 꼭대긴 줄 알았는데. 드디어 해발 1002 미터 구봉(천왕봉)에 도착, 경치 좋고, 바람 좋고, 날아갈 것 같다. 멀리 용담댐을 바라보며 경치를 보니 그래서 9봉이 천왕봉임을 알 것 같다.

용담댐 물이 대청댐을 거쳐 공주 금강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멀리 용담댐을 바라보며 바랑재 방향으로 하산. 바랑골로 내려간다. 그야말로 수직하강. 무릎이 고생하는 구나! 이렇게 길고 가파른 길은 흔치 않은데.

하지만 1봉에서 9봉까지 정복했다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산을 내려오는 일행 모두의 발걸음이 가벼운 모습이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용담댐. 멀리 용담댐 물줄기가 보인다.

▲하산해 멀리서 올려다 본 9봉우리.

▲구봉산 제1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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