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뭐지?’ 궁금증만 남기고 끝나
작품제작 기본 바탕인 무령의 ‘갱위강국’ 업적 전무
시대 관통하는 웅대한 서사 미약... 백제인 자부심 못보여줘

공주시가 5억원을 들여 대백제전 기간중 공연한 창작뮤지컬 웅진판타지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주시가 5억원을 들여 대백제전 기간중 공연한 창작뮤지컬 웅진판타지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2023 대백제전' 기간중 공주시가 5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선보인 창작뮤지컬 ‘웅진판타지아’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무령왕의 업적 조명과 시대를 관통하는 웅대한 서사가 미약했고, 수용자(관객, 특히 공주시민)들에게 백제인의 자부심을 갖게할 작품 제작의 본질적 의도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는게 골자다.

본지가 12일 취재한 내용을 종합(1·2회차 나눠서 보도)하면 시가 백성의 나라를 꿈꾼 무령왕의 일대기를 담는다며 80여명의 배우를 동원해 총 10장에 걸쳐 4회의 공연을 펼쳤지만 시나리오의 부실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왕은 즉위 21년(서기 521년)에 '누파구려 갱위강국(累破句麗 更爲强國, 백제가 고구려를 수차례 격파하고 마침내 다시 강국이 되다)을 선언한다.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중국 양나라에 보낸 국서에 기록된 역사적 '팩트'다.

갱위강국 선언 당시 왕의 춘추 60세. 현대로 치면 초고령에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미래의 정책구상이 아닌, 그간의 치적과 융성한 백제의 완성을 만방에 고한 ‘완성형 포고’다. 그리고 2년 후 승하한다.

왕의 업적은 크게 북방정책(영토확장) 강화, 중국 남조의 양과 관계를 개선한 외교정책, 귀족 전횡의 효과적 통제, 호적체계 정비와 농업발전 등이다.

이번 웅진판타지아는 이같은 사실(史實)을 모태로 만들었음에도 새롭게 강국을 이뤘다는 웅대한 자신감과 강렬한 비장함을 뒷받침할 시나리오상의 구체적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왕의 업적 중 해상강국으로서 외국과 교류, 많은 사신들의 왕래에 따른 문화적 다양성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

강대하고 융성했던 시대상으로 봤을 때 왕의 즉위식이나 갱위강국 선포 당시 백제를 방문했을 외국 사신단의 알현 행렬, 그들을 통해 본 주변국들의 복식, 장신구, 문화, 예법 등 충분한 볼거리도 담기지 않았다.

506년 기근으로 굶주린 백성을 위해 창고를 풀어 구제한 장면이 극중 보여준 거의 유일한 업적이다.

왕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나 이해 부족에서 온 시나리오가 전체 맥락을 이끌지 못하자 작품의 졸가리는 왕의 일반적 스토리에만 천착해 시간대별로 혼자 흐르는 느낌을 줬다.

극은 주제 본연의 취지를 거의 담아내지 못한채 밋밋하게 전개되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애매한 궁금증만 남긴 후 임팩트 없이 끝났다. ‘선포’가 다였다.

모 대학 A교수는 “일부에서는 웅진판타지아를 가리켜 해마다 ‘먹튀’라고 우려한다”며 “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공주지역 공연 예술가들의 융합을 통해 지역적 정서가 담긴 브랜드 공연을 완성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호에서는 음악, 무대, 춤, 대사 등의 문제점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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