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동수 전 신월초등학교 교장.

조동수 전 공주신월초등학교 교장이 신월초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고 있다.

 

나는 매일 새벽밥을 먹고 신월초 교문앞에서 교통봉사를 한다.

 요즘은 7시30분부터 9시까지 한다.  내앞을 지나는 어린이들에게 "착해요 예뻐요 사랑해요"라고 속삭여준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예쁘고 착하다"고 말해주면 반드시 착하고 예쁘게 자란다.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다.

내가 교통봉사를 하는 시간에 아줌마 한 분이 도로를 청소한다.  청소하는 모습이 아주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칭찬을 해주고 착한 어린이에게 상으로 주는 사탕 한 알을 드렸다. 그런데 아줌마에게 당뇨가 있어 사탕 한 알은 좋은 상비약이 되었다.

매일 아줌마가 내 옆에 오면 사탕 한 알을 주고 어린이와 똑같이 "사랑해요"라고 말해준다. 이런 일들이 여러 해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병원 정기검진 받기때문에 이틀동안 못나오니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틀이 지나고 사탕 한 알을 호주머니에 넣고 아줌마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줌마는 오지 않았다. 슬슬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후빈다.  여러날이 흘러도 오지를 않는다. 그런데 10월19일 오늘 그 아줌마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줌마의 까만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리다가 하릴없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리고는 아줌마 하는 말이 "교장선생님,  제가 대장암이래요.  열심히 치료받고 반드시 교장선생님 앞으로 오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제기랄 메마른 늙은 내가슴이 소리없이 내려앉는다. 나는 내 호주머니 속에서 여러날 딩굴던 사탕 한 알을 살며시 손에 쥐어주었다. 아줌마도 호주머니에서 박카스1병을 내게 준다. 꼭 암을 이기고 교장선생님 앞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내 발밑에 내려놓고는 촘촘히 사라진다. 

종교도 없는 나는 하느님에게 무조건 빌었다.  암을 이겨 내 앞에 보내주시라고 빌고 또 빌었다.  한 조각 삶의 애환이 갈 바람에 흘러간다. 사랑은 상대를 애처럼게 보아주는 마음이다.  사랑은 한없는 이해와 관심입니다.

위 글에 나오는 아줌마가 4일 아침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데 내 앞에 반가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어찌나 반가운지요!.  그 아줌마 하는 말 "교장선생님 뵈려고 열심히 치료했어요. 앞으로 5번 항암치료를 받으면 다 나아요. 열심히 치료받고 나아서 청소하러 나올께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가슴의 눈물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치료를 잘 해줘서 고맙다고 성심으로 격려해주고 위로해줬다. 

힘없고 가여운 사람을 향한 작고 보잘 것 없는 관심과 사랑이 이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해 준다. 오늘 지금 밝게 비추는 저 햇살 한 줌을 사랑하려 한다. 소중한 분들의 건강하심을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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