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거리 이미지와 안 맞아 이전 또는 철거해야”

최근 1500여만 원을 들여 공중시 중동 우체국사거리~충남역사박물관 구간에 세운 곰 조형물.  거리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주 국고개에 설치된 곰 조형물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공주시는 최근 소규모 재생사업(국토부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중동 우체국사거리에서 충남역사박물관에 이르는 구간에 곰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모두 2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조형물 외에 대추골 입구 맞은편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는 한편 시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사업도 벌인다.

반포면 도예촌의 한 작가가 제작한 조형물은 곰과 볼라드 형식 등 모두 10여개로, 1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미 설치한 곰 조형물의 경우 “국고개 문화거리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북극곰을 닮아 전설 속의 ‘고마 곰’과도 동떨어져 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곰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은 예전부터 이어져온 화두로, 도심 곳곳에 산재한 곰 조형물의 모습이 서로 제각각이어서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곰의 도시’ 공주가 흥미진진한 스토리 ‘고마나루 전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곰을 형상화해 도시 이미지를 세우는데도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주의 옛 지명 ‘고마나루’에서 ‘고마(固麻)’는 곰의 옛말이며, 한자로는 ‘웅진(熊津)’이다. 결국 곰(熊)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로, 고마나루 전설 즉 곰과 나무꾼에 얽힌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조형물 하나로 담아내는 노력이 그간 부족했다는 지적 속에 또 다시 ‘곰 시비’가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곳 국고개 문화거리는 중동성당을 비롯해 충남역사박물관, 옛 공주읍사무소 등 근대 문화유산이 즐비해 공주 구도심을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으로, 허투루 조형물을 설치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고개’라는 지명은 고려 때 효자 이복(李福)이 어머니께 드릴 국을 얻어 고개를 넘다 넘어져 국을 엎지르고는 굶주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서럽게 울었다는데서 유래해 우리의 미풍양속인 ‘효(孝)’가 깊게 서린 곳이다.

충남역사박물관 주차장 옆에는 또 효자 이복과 통일신라 경덕왕 때 인물로 병마에 시달리는 부모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봉양해 병을 낫게 해 『삼국사기』 열전에 기록된 향덕(向德)의 효심을 기리는 효심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설 속의 곰과 너무 동떨어져 있고, 문화거리 이미지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시는 우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거리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민원이 있는 게 사실로, 돌에 도자기를 덧입히다보니 시민들 눈에 더 띄는 것 같다”며 “국고개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석은 민원 제기 후 곧바로 이동 조치했으며, 곰 조형물 등은 의견 수렴 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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