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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달콤한 곰 이야기(3)-때와 바람과 곰
박성훈  |  webmaster@p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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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1  06: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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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곰의 혼령이 밤마다 나타나 몽상의 길을 따라 포효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 소리를 세상에 내놓을 용기가 없었다. 뜬금없는 곰 이야기가 대낮의 멀쩡한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밤마다 솟구치는 곰의 혼령을 다독이며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했다. 병신년의 재앙을 일러 사람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생각은 않고 ‘병신 같은 년들’의 짓이라며 마치 마실을 가 재담을 늘어놓듯 한가한 소리나 한다.

겉으로 보기엔 여자 둘의 엄청난 잘못이다. 하지만 사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이 나라는 사내들의 왕국이다. 그 잘난, 청와대와 국무회의와 국회를 채운 남녀 숫자만 비교해보아도 분명해진다. 사내들이 종이 되어 저지르거나, 최소한 NO 한마디 못해놓고 여자 둘의 잘못으로만 질책하려 든다.

급기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놓고 나라는 두 쪽으로 갈라져 처절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책임지는 권력은 없고 죽이려는 권력만 있다.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다. 저마다 황야의 늑대가 되어 증오의 이빨을 드러내며 상대방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나는 현 시국을 이 나라의 크나큰 위기로 진단한다. 정권이 바뀌면 해결될 단순한 정치게이트가 아니다. 나라의 골수가 문드러질 데로 문드러진 정신게이트로 본다.

권력의 주위에 숱한 엘리트가 있었고 그들의 주위에는 또한 우리 모두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라꼴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가관인 점은 폐허 위에서 자기성찰은 않고 전부 남 탓만 하려 든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누구도 위기의 본질을 보려하지 않고 말하려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국가가 목표를 상실했다.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길을 잃고 떠도는 대한민국호나 다름없다. 이는 어제 오늘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쌓이고 쌓여 헤매는 중이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인가. 생각건대 길을 제시하는 국가의 사상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무늬만 잡다한, 그럴듯해 보이는 외래의 사상이 있을 뿐 막상 국민을 인도하고 국민의 피를 들끓게 하는 우리의 사상이 없는 것이다.

때는 바람을 부른다. 이러한 때 나는 밤마다 솟구치는 곰의 혼령을 더는 다독이고 잠재우지 못했다. 아니 곰의 혼령 스스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나를 깨부수고 나가는 데야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곰의 혼령은 왜 스스로 거센 바람을 일으켜 세상으로 나가고자 했을까? 나는 존재하기 위하여 몽상했다. 곰의 혼령이 나를 공주로 인도했듯이 이번에는 나라를 인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이르러 나의 몽상은 비로소 빛을 찾은 것 같았다.

눈 밝고 귀 밝은 독자라면 금세 이 글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 짐작이 갈 것이다. 이 글은 학구적이라기보다는 한 몽상가의 몽상이 빚은 글이다. 하지만 몽상이 빚어내는 헛된 거품을 모조리 걷어내고 몽상이 일으키는 불꽃 작용만을 담아내려 했다. 의식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고는 정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 타오르는 불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한다.

이 글은 곰 이야기이자 내가 사는 공주와 공주인의 이야기이며 나아가 우리 한국인의 이야기다. 곰은 공주인과 한국인의 상징이자 정신이며 정체성을 나타낸다. 나는 감히 곰의 문(文)·사(史)·철(哲)을 이야기할 것이다. 곰의 혼령이 깃든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올바른 정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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