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 중에‘된장과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된장은 푹푹 삭혀 오래된 장일수록 그 장맛이 좋고 이웃도 기쁜 일 슬픈 일을 동고동락하며 오래 사귄 친구일수록 더욱 우애가 좋다는 말이다.

우린 누구나 몸에 익숙한 오래된 것들에 대한 속성이 있다. 마음과 생각, 그리고 말과 행동. 음식이나 취향, 그리고 버릇이나 습관에 이르기까지…. 그래서인지 오래된 집, 자주 가던 집이 좋다. 익숙한 것이 좋다.

문화원 근처에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요즘 장사가 잘되는 집, 손님이 많은 음식점을 보면 대개가 몇 대를 걸쳐온 오래된 집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음식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위치도 중요한 역할을 할 뿐더러 특히 같은 음식이라도 맛이 특색 있고,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역사가 오래된 집들이다.

오늘 점심나들이로 소개할 음식(음식점) 또한 그렇다. 짬뽕으로 유명한 집. 불과 2년 전만해도 주인할머니가 계셨는데 젊은 여자주인으로 바뀌었다. 30여년을 자장면과 짬뽕을 팔아오셨다 한다. 점심에 쌀밥만 먹다보면 가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얼큰한 짬뽕 생각에 이번 호 점심나들이는 짬뽕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장면과 짬뽕은 돈이 궁하던 가난한 시절 최고의 음식메뉴로 손꼽았고 다양한 음식들이 가득한 지금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대표 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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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을 나와 제민천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대통다리 앞에 식당이 위치해 있다. 제법 가까운 거리라 얼마 걷지 않아 금방 음식점에 도착할 수 있다.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라 앉을 자리가 없어 안에서 줄서서 기다리다 자리가 나면 얼른 가 앉거나 밖에서 기다리다가 먹기가 일쑤이고 기다리다 지쳐 얼큰한 짬뽕 냄새에 군침만 흘리며 돌아서기도 한다.

테이블은 열 개. 사람이 많을 것에 대비해 사무실의 문숙언니가 십 분전부터 미리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식당의 동태를 파악한 뒤 자리를 맡고 미리 주문을 한다. 예약이 안 되는 이 집의 특성상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이것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이 집에서 짬뽕을 먹을 때 수저는 주지 않는다. 오로지 젓가락으로만 먹는다. 수저로 국물을 조금씩 떠먹는 것보단 그릇을 통째로 들고 후루룩 마셔야 진짜 맛을 알 수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우스갯소리로 예전 주인할머니가 계실 적에 멋모르고 수저를 달라고 했다가 혼나기도 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 하나 더. 이 집에는 남자짬뽕과 여자짬뽕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양이 조금 더 많은 짬뽕을 준다. 우리는 남녀차별이라며 농담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다. 원래는 여자가 먹는 양이 이 집에서 주는 적당량인 것 같은데 남자보다 적다는 느낌에 조금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들어간 재료도 없는 것 같은데 국물이 매우 개운하고 매콤하면서 자꾸 땡기게 만든다. 이런 것이 바로 대대로 내려오는 이 집만의 노하우인 듯싶다. 배가 불러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 물로 입안을 헹구고 나서도 또 한 입 먹게 만드는 맛. 그 얼큰한 국물이 입안을 휘감는 것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음식과 같이 나오는 직접 담근 듯한 얇은 단무지 또한 색다르다.

‘단무지가 뭐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집의 단무지는 시지도 질기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맛이 난다. 단무지도 한 접시 다 비우고 우리는 또 한 접시를 시켜 꼭 두 접시를 먹고야 만다.
짬뽕과 단무지.

그 환상의 궁합으로 쫄깃한 면발을 다 먹고 나서 국물까지 다 마셔야 이제 이 집만의 진수를 모두 맛보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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