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 추어탕

깐깐한 민영이의 즐거운 밥시간. 무더운 날씨, 긴 장마, 습한 공기. 아, 정말 지친다, 지쳐. 그렇지만 점심시간만큼은 즐거운 시간이다.

힘을 내어서 공산성 앞 백미고을(공주시 음식문화 특화거리)까지는 힘이 풀린 두 다리가 아닌 자동차의 힘을 빌려 이동한다. 미꾸라지를 먹으러 간다. 바로 추어탕이다.

식당 문을 들어서자마자 구수하면서도 진한 추어탕 냄새가 습한 날씨여서 그런지 후끈 코에 스민다.
한자로 미꾸라지를 말하는 추(鰍)는 물고기 '어魚'와 가을 '추秋'의 합성어다. '가을 물고기'이니 추어탕은 가을 음식으로도 볼 수 있겠다.

미꾸라지는 주로 연못가나 논두렁, 도랑 및 수로 등에 사는데 진흙이 깔린 얕은 물의 흐름이 없는 곳에서 살며, 7월에서 11월까지가 제철로 이때가 겨울나기를 위해서 가장 살이 통통하게 찌고 맛이 좋다고 한다.

여기 이 음식점은 한 가지 주재료로 미꾸라지를 이용한다. 추어 전문음식점으로 다른 음식을 선택할 필요도 없다. 기본으로 먹을 것인지, 다른 재료가 함께 들어간 것들을 고를 것인지, 통째로 들어간 것을 먹을 것인지만 생각하면 된다.

 

▲ ⓒ 파워뉴스

 

우리는 곱게 갈아 나오는 기본 탕으로 네 개를 주문. 그리고 추어만두까지 주문했다.

벽 한 쪽에는 이집만의 추어탕을 맛나게 먹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탕이 나오면 우선 향과 맛을 본 후 취향에 따라 들깨와 산초를 조금 넣고 국수를 먼저 말아 먹는다. 그리고 밥은 반공기만 탕에 넣어 말아먹은 후 나머지 밥을 넣어먹는다.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스 불 위에 올려있는 양 여전히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에 탕이 담겨져 나왔다. 방금 배운 대로 우선 수저 가득 국물을 떠서 본연의 맛을 음미해본다. 곱게 갈린 듯한 국물은 떠먹기에도 좋다. 그런 다음 사람 수대로 나온 내 분량의 돌돌 말린 국수를 가져다 국물에 푹 담가서 건져 먹는다. 한 젓갈 말아 후루룩 먹는 맛도 좋다.

다음으로 들깨가루를 넣는데 들깨를 욕심껏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먹다보니 들깨 맛이 강해져서 이맛도 저맛도 아닌 맛이 되어버렸다.

또 탕 외에 주문한 미꾸라지를 갈아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속을 박은 ‘추어만두’는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아껴먹고 싶을 정도로 고소하면서 까끌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맛보기로 나오는 튀김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튀겨내 바삭바삭한 것이 고소하니 맛나다. 여전히 그릇에는 서로 양보하느라 먹지 못한 딱 한 개의 튀김이 남아 있다. 혼자 남아 나도 좀 먹어 달라는 듯 애처롭기까지 하다. 끝내 누구의 입으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먹다보니 주변에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이 많아 보인다. 어린 시절 동네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물고기 잡던 추억을 생각하며 그리워서 온 것인지, 물고기를 잡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지 않을까 싶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던가. 맛 뒤에 감춰진 숨은 맛, 추억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닐까. 추억의 맛이 보태어져 더 맛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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