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담백한 한우사골육수에 우리 몸에 좋은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는 어떨까?

서민적이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음식, 칼국수. 여기에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라니 더욱 먹어볼 만하다.

우리밀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의 들녘과 우리의 공기와 물을 마시며 자란 우리의 곡식. 식이성 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성인병에 좋고 면역 기능도 강화하며 노화 작용을 억제해 주니 아니 좋을 수 없다. 몸에도 좋고 농촌도 살리니 이런 것이 바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특히나 방부제, 표백제가 들어있지 않아 더욱 더 좋다.

예로부터 공주는 밭이 많아 밀농사를 많이 해왔다. 그러나 미국산 수입 밀에 밀려 우리밀은 종자를 감추었다. 허나 삶이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진 오늘에는 웰빙 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무공해,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고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문화원 근처 맛있는 밥집들 중에서 한 곳. 걸어서 삼 분 거리에 있는 제민천 바로 옆 칼국수집이 오늘의 점심을 먹을 곳이다. 날씨도 제법 따뜻해져 제민천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정말 봄 소풍 나온 것처럼 신이 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들어서면서부터 이 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작은 정원에 놀러온 기분이다. 마당 가운데 연못이 있고 또 금붕어도 보인다. 한적하니 시내권의 여느 일반 식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마음이 편안하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서 또 한 번 좋은 인상을 받는다. 주인아주머니의 온화하면서 푸근한 인상. 웃으면서 반겨주는 것이 꼭 고향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하고, 배고파도 배부른 느낌, 안 먹어본 사람도 맛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러한 것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또 하나의 비결인 듯싶다.

마당에 있는 작은 정원도 잘 보았고 주인아주머니 인상도 너무 좋았고 사람이 북적거리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상 내친김에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가게가 쫌 특이하다 싶어 여쭤보니 직조공장 창고 건물을 식당으로 개조하여 16년 동안 그것도 똑같은 메뉴로 한결같이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창고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우리밀에 대한 인식이 없어 사람들에게 푸대접을 받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잘 이겨냈기에 우리들이 지금의 이 특별한 칼국수를 맛볼 수 있지 않나 싶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식당 안은 1,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가 늦게 온 탓에 이미 1층엔 손님들로 꽉차있어 빈자리는 없었다.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올라가니 다행히 아직 비어있는 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방 상 하나하나가 채워져 결국 2층도 손님들로 자리가 꽉꽉 찼다. 좁은 길이라 주차공간이 없는데도 이렇게 손님이 많은 걸 보면 정말 맛이 어떨지 감이 잡힌다.
 

▲ ⓒ 파워뉴스

 

이 집의 메뉴는 딱 네 가지. 우리밀 칼국수, 만두전골, 보쌈수육, 해물파전, 이렇게 네 가지 간단한 메뉴다. 이것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한결같이 지켜온 메뉴다.

우선 ‘수육 소’짜리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둥그런 접시에 쫄깃한 고기와 적당히 붙은 비계가 있고 살짝 데쳐낸 노란 배추와 녹색 빛의 싱싱한 상추, 그리고 깻잎 위의 빠알간 생채가 알록달록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노란 배추에 쫄깃한 고기와 쌈장을 넣고 그리고 무생채를 곁들이면 그 맛이야 말로 일품이다.

수육을 다 먹을 즈음, 웬만큼 맛으로 배가 채워졌을 때 칼국수를 주문한다. 이 집의 칼국수는 일반 칼국수와는 다르다. 다른 일반 가게들처럼 큰 그릇에 완성된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니다. 먼저 하루 전날 푹 고아 끓인 사골육수가 담겨져 있는 은색냄비가 가스 위에 얹혀 진다.

팔팔 끓으면 우리밀로 만든 면발과 대파, 양파, 팽이버섯, 표고버섯, 호박 등의 큼직하게 썰어져 있는 각종 채소들을 넣어 같이 끓이는데, 일반 칼국수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정직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조미료를 덜 넣은 것이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아침마다 매일 담그는 배추겉절이와 새콤하고 길쭉하게 생긴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칼국수까지 먹은 다음에는 남아 있는 국물까지 싹 먹어야 할 차례다.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좋다. 계란과 김, 참기름 등을 넣고 비비는데 밥이라기보다 죽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밥(죽)까지 다 먹었으면 이집 나름의 코스요리가 완성된다. 아쉬운 점은 먹을 배가 없어 파전이 빠졌다는 것.

비록 칼국수가 서민음식이지만 이집에서는 간단하게 그냥 한 끼 식사로 때우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어릴 적 먹던 맛을 기억하며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이들에게는 몸에도 좋고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돈을 주고 식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대접을 받고 가는 기분이다.

요즘은 또 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정보를 통하여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특히 휴가철에 매출이 더 오르는데 아마도 휴가 때 이곳저곳을 돌보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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