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기분 좋은 오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멀리보이는 역사박물관 근처의 만개한 벚꽃을 구경삼아 즐겁게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얼마 전, 오랜만에 대통다리 근처 제민천 건너 음식점으로 칼국수를 먹으러 가던 중 우연찮게 몇 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 있던 가게 문이 열린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어떻게 다시 열렸는지 의아하기도 했고 또 반갑기도 하고 옛 기억도 떠오르고… 갖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조만간 꼭 밥을 먹으러 와야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드디어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정원이 예쁜 이 집을 찾았다.

이집은 처음 찻집으로 문을 열어 사람들이 즐겨 찾던 집으로 어느 날부터인가 특별난 돈가스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으로 탈바꿈을 하면서 식사도 하고 차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했던 가게가 몇 년 동안이나 공백기를 거쳐 다시 문을 연 것이다. 몇 년 만에 문을 연 이 가게에선 이젠 돈가스뿐만 아니라 주인아주머니가 손수 만드는 두부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가끔 들러 먹었던 돈가스를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어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같은 주인, 같은 맛, 같은 장소에서 사무실 식구들과 함께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먹었던 맛과 지금의 돈가스 맛에 변함이 없는 추억의 맛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공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또 이렇게 직장생활까지 하고 있으니 이런 좋은 점도 있구나 싶다.

음식에도 이런 저런 추억들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을 법하다. 약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엄청 고생을 한 뒤,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슥거리는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반면 돈가스는 나에게 기분 좋은 추억의 음식이다.
지금은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어렸을 적에는 맛있는 반찬, 가끔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반찬으로, 대학시절에는 미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메뉴로 내숭떨기에 그만인 음식이었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한 입 작게 썰어 깔끔하게 쏘옥 넣고 나면 무언가 우아해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인 듯도 싶지만.

▲ 돈가스 식단. ⓒ 파워뉴스

돈가스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간을 한 다음 밀가루와 빵가루를 씌워 소량의 기름으로 지져 내거나 튀겨 내는 요리다.

서양의 커틀릿에서 유래한 일본화 된 서양음식이다. 일본에서 처음 돈가스가 만들어진 것은 1895년 일본 메이지시대에 도쿄 긴자에서 한 요리사에 의해 소개되었다. 명칭은 '포크 가쓰레쓰'. 가쓰레쓰는 점차 조리법이 일본화 되어 갔으며 돼지를 뜻하는 '포크'는 돼지 돈(豚)자로 변하였고, '커틀릿'은 일본식 발음으로 가쓰레쓰가 되어 돈가쓰레쓰가 되었다가 줄여서 돈가츠라고 불리었다.이렇게 다시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전래된 음식으로 우리는 이 음식을 돈가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젠 맛있게 먹을 시간.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두툼한 돈가스에 아삭아삭 싱싱한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영양가 높은 흑미밥이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먼저 샐러드 위에 하얀 드레싱을 듬뿍 뿌리고 함께 나온 조그만 그릇에는 돈가스용 소스를 담는다. 이것은 먹기 좋게 잘려져 나온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찍어 먹는 용이다.

보통 우리가 먹는 돈가스는 소스가 뿌려져 있고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반면 이 가게의 돈가스는 나이프나 포크 없이도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일명 일본식 돈가스 형태다.

인상이 너무나도 좋으신 주인아주머니는 굳이 일본식 돈가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서 그 모습 그대로 손님상에 직접 내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어떤 날은 그렇게 튀겨낸 돈가스가 색깔이 너무 예쁘게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살짝 미소를 지으신다.

맛있는 돈가스와 신선한 샐러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덤으로 받은 봄의 풍경까지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담한 정원은 마치 소설 속에 나오는 ‘비밀의 화원’이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다. 밖으로 나와 마당에 앉아 커피 한잔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좋다. 예쁜 꽃향기에 취해본다.

*찾아가시는 길: 공주문화원에서 출발, 공주우체국 다리를 건너 곧장 우회전하여 제민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옛날 직조공장 건물을 그대로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는 두 개소 식당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 식당이 바로 돈가스를 맛깔나게 먹을 수 있는 바로 그 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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