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빛 바닷물결이 출렁이는 소매물도 전경.
설 연휴를 맞아 국토의 남쪽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른바, ‘남도 여행’. 그 첫 목적지는 경상남도 통영이었다.

귀성객 인파를 피해 달려갔음에도 3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통영에 닿을 수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통영에 닿은 후 한숨 돌리며 통영 여행 계획을 세우고자 우선 가이드북을 꺼내들었다. 가이드북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소매물도’.

고민할 것도 없이 이번 남도여행의 첫 여행지를 소매물도로 선택했다.

통영에서 소매물도를 가는 여객선은 아침 7시, 11시, 오후 2시10분, 이렇게 하루에 3번 있다. 소매물도를 제대로 보고 오겠다는 욕심으로 첫 배인 7시 배에 몸을 실었다.

배를 타고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소매물도에 닿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소매물도에는 우리를 포함한 관광객이 10여명 정도밖에 없었다. 설 연휴에 닥친 한파 탓으로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 몸을 꽁꽁 동여매야만 했다.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는 수많은 펜션이 바다를 내다보고 있었는데, 겨울이고 설 연휴라 그런지 영업은 하지 않는 듯 했다. 이러한 모습에 소매물도를 찾은 시기를 잘못 맞춘것 같아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쯤 걸었을까 햇빛이 비치는 섬의 반대편에 다다르자 그 동안의 추위가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매물도의 경치를 죽 둘러보는 여유까지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매물도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가득 들어온 것은 햇빛으로 반짝이는 청록빛 바다의 모습이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우리는 양지 바른 곳에 앉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다보았다.

▲소매물도는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동백꽃.

이후에는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죽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산행을 하는 중 깨닫게 된 것은 소매물도의 나무들이 유난히 짙은 초록빛깔을 띤다는 사실이었다.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그 나무들 대부분이 동백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벌써부터 동백꽃의 몽우리가 나무 여기저기에 맺혀있었고, 살짝 붉은 꽃잎을 내보이는 몽우리들도 눈에 띠었다. 우리는 동백꽃이 피는 철에 섬을 찾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 하면서도 동백꽃이 만개했을 때의 환상적일 섬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며 동백 숲길을 내리 걸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숲길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청록빛 넓은 바다가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인적 드문 섬에서 한가로운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자못 환상적이었다. 아무 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어 탁 트여진 넓은 바다는 지평선을 기준으로 하늘과 맞닿아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마치 하늘과 바다가 연결된 것 같이 보였다.

지평선은 너무 길게 펼쳐진 나머지 그 곡선이 드러나 보였다.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작은 섬 하나가 그 모습을 보였다. 섬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있고 그 초원을 가로질러 길 하나가 나있는데, 그 길은 한 등대 앞에서 멈췄다.

▲등대섬이 보인다. 물이 빠지면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
푸른 빛깔과 초록 빛깔, 순 백색이 어우러진 섬의 이름은 ‘등대섬’이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있는 편의 섬과 등대섬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띄어져 있었다.

두 섬이 띄어져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보니 역시 길은 없고 물이 빠지면 등대섬과 이쪽 섬이 연결되어 걸어서 등대섬을 갈 수 있다는 표지판만이 세워져 있었다.

오후 1시쯤이면 물이 빠진다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기엔 시간이 어중간해서 등대섬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산에서 내려와 성게비빔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통영으로 나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 터. 1961년 4월29일 개교해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됐다.
▲매물도 관세역사관은 1978년 7월15일 남해안지역의 해상밀수 근절을 위해 활선어 선박 및 냉동운반선의 주요 출입통로이자 감시 최적지인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에 레이다감시서를 설치, 밀수단속과 관세국경을 수호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관세청에서 운영하다 1987년 4월1일 폐쇄됐다. 2010년 관세청 개청 4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묻혀있던 이러한 역사적 현장을 복원함으로써 그 뜻을 새기고 대국민 홍보관으로 활용코자 2011년 10월 관세역사관으로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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