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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평 도자 박물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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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10  08: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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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정섭 (前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직대)

김정섭 (前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직대)
충청남도는 오는 8월 15일 도내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께 증정할 선물로 ‘철화분청사기 어문병(魚文甁)’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15-16세기를 풍미한 ‘계룡산 분청’의 대표적인 작품을 재현한 것이다.

계룡산 분청은 무엇인가? 예술적으로 뛰어난 명품이었던 고려 청자를, 조선 초기로 넘어와 같은 작업방식으로 만들되 대중화한 것이다. 백토를 하얗게 분칠하듯 해서 ‘분청자’라고 불린다. 분청을 만든 도요는 다른 지방도 있지만 계룡산이 대표적이다.

어문병에 소박하게 그려진 물고기는 금강 어귀에서 많이 잡히는 쏘가리 종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것은 천주교 신자를 상징하는 물고기 문양(‘익투스’라고 한다)과도 상통한다. 충청인의 정서와 예술성을 담뿍 담은 철화분청 어문병이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라는 고장의 아픈 역사와 만나고 있으니, 참 적절한 선물이라고 본다.

충청의 가슴 아픈 역사가 이것뿐이랴. 임진-정유의 왜란 때 계룡산요의 장인들은 대규모로 일본에 끌려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한반도로 침입하는 왜장들에게 솜씨좋은 조선 도공들을 납치해 올 것을 특별히 지시했다. 그들은 다도(茶道)에 빠져 다기(茶器) 수집과 완상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렸던 모양이다. 왜란을 ‘도자기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까지 질그릇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던 일본은 조선 도공들에 의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기문화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끌려간 도공 중 대표적인 분이 북규슈 아리타(有田)의 이삼평(李參平, ?-1655)이다. 고증이 완벽하지는 않으나, 이삼평은 1597년 충청도땅 ‘금강도’(金江島, 현재 공주시 반포면으로 추정)에서 왜군에 끌려갔다. 일본이름도 금강(金江, 가네가에)이라고 지었다. 함께 끌려간 도공들과 갖은 노력을 한 끝에 마침내 1616년 아름다운 백자를 빚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작품은 전라도 남원에서 남규슈지방으로 끌려간 박평의, 심당길(심수관가의 선조)의 ‘사쓰마백자’와 함께 명품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리타자기(일명 이마리자기)는 1650년대부터 유럽과 동남아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그 수량이 한 해에 수백만 점에 이를 때도 있었다. 이로써 이삼평은 ‘아리타의 도조(陶祖)이자 일본 요업계의 큰 은인’이 된 것이다. 작년 봄 국제무령왕네트워크(회장 정영일)의 민간 교류행사에 참석하는 길에 아리타를 방문했는데, 그들은 이삼평을 도자의 신으로 떠받들며 그를 끌고간 영주 나베시마 나오시게와 동등하게 신사에 모실 정도였다.

아리타 시내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자취를 답사하면서, 노예처럼 끌려가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까, 죽어서라도 고향땅에 묻히고자 하는 수구초심이 얼마나 깊었을까 생각했다. 후손으로서의 자부심은 그다음이었다. 한편 허탈함도 컸다. 우리는 이제껏 이삼평이라는 공주인물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고, 자랑스런 계룡산 분청의 계승, 복원, 선양 수준도 이렇게 미약했던 것이다.

마침 작년에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 1권)]에서 이삼평 스토리를 상당한 분량으로 펴냈다. 이로써 온 나라의 관심있는 사람들이 조선 도공 이삼평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아리타를 여행 경로에 넣는 사람도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이삼평이 공주 출신임을 확신하여, 1990년 반포면 온천리 박정자삼거리에 ‘일본 자기 시조 이삼평 공 기념비’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외에 공주에는 기념사업도 없고, 연관 행사나 산업도 미미하다.

왜란 당시 도공들이 많이 끌려간 곳은 남원, 김해도 있는데, 김해시는 분청도자관을 전국 최초로 짓고(2009년), 해마다 분청도자기축제를 열고 있다. 진례에 있는 도예촌은 체험장으로 성황을 이루고, 분청도자대전이라는 경연대회도 연다고 한다. 남원시도 이곳 출신 심수관 도예전시관(전통문화체험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국제도예캠프를 3회째 개최했다.

뛰어난 철화분청의 독보적인 역사와 인물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이제 뭘 해야 할까. 잘못하다가 내것도 남에게 빼앗기기 전에 논의를 집약해보자.

우선, 이번에 교황께 증정하는 청화분청사기 어문병과 같은 명품을 생활자기로 만들어서 공주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 널리 쓰고 선물용으로도 활용했으면 좋겠다. 둘째, ‘이삼평 도자문화관(박물관)’을 만들어, 철화분청사기의 역사와 작품을 보여주고, 일본의 도자문화에 기여한 스토리를 전시하자. 셋째, 오는 2016년, 아리타 요업 400주년 대축제위원회와 적극적인 교류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 넷째, 박정자삼거리에 있는 이삼평 공 기념비를 이설하자. 지금의 자리는 너무 후미져서 이삼평 공이 너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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