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조약(1905) 이후, 일본인들이 전주에 대거 들어오게 됐다. 처음 일본 상인들은 전주부성의 성곽 밖인 서문 밖에서 거주했는데, 성안 주민들과는 엄연히 신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양곡수송을 위해 전군가도(全郡街道)가 개설(1907)되면서 성곽의 서반부가 강제 철거되는 것을 기점으로 전주부성의 자취는 사라졌다.

이는 일본인들에게 성안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으며, 실제로 서문 일대에서만 번성하던 일본 상인들은 1945년까지 전주 최대의 상권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로써 한국인들은 전주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만들어진 것이 현재 국민적인 관광지로 사랑받는 교동, 풍남동의 ‘전주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반나절은 충분히 할애해야 하는 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한옥마을 주변에도 둘러 볼 역사적 관광지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전에 모셔진 태조의 어진.
기자는 딸과 함께 우선 한옥마을 초입에 있는 관광센터에서 한옥마을 지도를 얻어 한옥마을 주변 관광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경기전’. 경기전은 조선이 건국되자 태조 어진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태조의 어진을 모시고 있는 건물인 만큼 그 중요성이 대단했는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돼있기도 했다. 조선시대 이후 시간이 멈춘듯한 이곳에서 역사적 가치를 새기며 거니는 것도 이색적인 느낌을 줬다.

다음 간 곳은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1791년 신해박해 때에 처형당한 풍남문(豊南門)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건립됐다. 1907년부터 1914년에 걸쳐 세워진 전동성당은 순교지를 보존하고 있는 신앙의 요람이다. 처형지인 풍남문 성벽을 헐어 낸 돌로 성당 주춧돌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아픈 역사나 종교성을 뒤로 하고도 웅장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건물은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실제로 이 건물은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동양에서 제일가는 성당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전동성당 내부.
▲한옥마을 전경.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한옥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초입의 관광안내소에서 관광지도를 얻어 이를 확인하며, 골목골목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다녔다. 한옥마을에는 다양한 전통문화 시설이 골목골목에 숨어있어 하나하나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선의 마지막황손의 집이라는 ‘승광재’는 우리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엿보며 역사적 의미를 찾는다. 「혼불」로 유명한 최명희를 기리는 ‘최명희 문학관’에서는 최명희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문학적 열정을 확인한다. 문학뿐일까, ‘교동아트스튜디오’와 같은 미술 전시관에서는 여러 미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해본다.

▲조선의 마지막황손의 집이라는 ‘승광재’.
▲짚풀공예 체험장.
다양한 공예품 전시관들도 눈에 띤다. 한옥마을에는 전주시에서 마련한 ‘전주 공예품 전시관’ 뿐만 아니라 여러 공예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해 놓고 팔기도 하는 공방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전주에서 유명한 ‘한지’ 공예 공방뿐만 아니라 부채공방, 도자기공방, 목기공방 등 다양한 공방들을 여기 한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여러 공방들을 돌아보며 각 작가들의 스타일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작가들의 위트 넘치는 작품들을 보며 웃음 짓기도 해본다.

▲달고나 뽑기에 도전해 봤으나 실패했다.
▲한옥 담장이 정겹다.
먹을거리의 고장 전주답게 다양한 먹을거리도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다. 달고나 뽑기에 도전해보기도 하고, 왕의 다과상에 진상됐다는 간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한다. 여기저기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짓는 냄새가 사람들을 반긴다.

물론 우리 전통 가옥인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줄줄이 골목을 가득 메운 한옥들의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산책하다보면 일상의 걱정들이 훌훌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한옥들을 둘러보며 “우리의 전통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내심 감탄하기도 해본다.

역사와 전통을 눈과 마음에 담고 올 수 있는,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모두 가득한 전주 한옥마을로의 여행은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기억을 남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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