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선관위 오진아.
김수영의 시 <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이 시에서 풀은 민중을 상징한다. 외압에 흔들리는 나약한 대중이 풀이라는 가냘픈 식물에 비유되는 것이다. 이 시가 쓰인 1960년대는 민중에게 거센 억압이 가해졌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시의 뒤 구절에 ‘풀이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적고 있다.

이는 억눌려 흔들리고 고통 받지만 결국에는 그 작은 풀들이 강한 바람을 이겨낸다는 것이다. 이 시가 시사하는 바는 시민 한명 한명은 약할지도 모르나 그 풀뿌리들이 뭉쳐지면 강하고 단단해져 너른 들이 되고 결국에는 울창한 숲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풀의 생명력에 우리가 종종 말하곤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있다.

통계청의 조사(2011.광주)에 따르면 시민들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57%)’이고, 둘째, ‘마음에 맞는 인물이나 정당이 없어서(30%)라고 한다. 셋째는 업무 등으로 인해 시간이 없어서(12.3%)’이고 기타의 이유(0.7%)도 존재한다. 이런 투표율 하락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골칫거리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투표율이 감소하고 있고 각국이 머리를 싸매고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OECD 가입국 평균 투표율이 71.4%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그에 현저하게 떨어지는 56.9%로 다른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의 투표율에서 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 상황이 감지된다. 유독 우리나라의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수록된 조사 논문에 따르면 한국 선거에서 발생하는 투표율 하락의 원인은 젊은 세대의 선거 불참과 정당과 후보자 간 경쟁력 약화, 지지후보의 부재와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인한 정치 불신 등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투표율이 저조하게 되면 민의를 수렴해야 할 국회의 대표성이 현격히 낮아진다. 낮아진 대표성은 정치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을 촉발하고, 그로 인해 끊임없는 불신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불신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치ㆍ행정적 대안을 검토 및 적용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 6회 지방선거에서 선보이는 ‘사전투표제’이다.

사전투표란, 피치 못 할 사정으로 투표 당일에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를 위한 대안으로, 선거 당일날 투표가 불가능한 유권자들이 5월 30일부터 31일동안 사전 투표소에서 미리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는 시간이 없어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투표 참여를 위한 여러 대안이 활용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태도가 부재하다면 어떤 좋은 대안이 나온다 한들 그것이 가시적인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개개의 유권자들에게는 엄중한 투표의 의무가 부여된다.

혹자는 투표하지 않고 기권하는 것이 정당한 주권행사의 일환이라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권으로 인해 본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어 유권자 스스로에게 불리한 정책을 입안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투표권의 포기는 곧 나를 대표하는 대의원 선택권의 포기이며, 이는 국민 주권의 포기로 나 자신을 대표해줄 대표자를 다른 사람이 마음껏 선택해도 좋다는 권리의 양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선택을 호소하고, 유권자는 투표로 그를 응원하거나 벌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한 표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민의 감시를 두려워하게 하고 올바른 길을 걷도록 만들어주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본인의 권리와 의무를 져버리지 말자. 상벌의 채찍을 들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유권자들 앞에서 부정부패와 비리를 행할 수 있는 간 큰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www.nec.go.kr)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우리 시ㆍ도의 예비후보자 및 후보자를 그때그때 확인 할 수 있다. 당 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예비후보자나 시장 및 시의원 등 후보자의 등록을 실시간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기재하고 있다.

어떤 후보자의 계획이 나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나를 대변해줄 후보자는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 선택하고, 재선의 후보자에게는 이전의 정치 활동 내역을 평가해 상벌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금번 6회 지방선거에서도 단단히 결속된 유권자들의 풀뿌리가 민주주의의 참된 열매를 잉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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