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수 공주문화원 사무국장의 500리 길 답사기

▲현대수 공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지난 8월 26일 이준원 공주시장을 비롯한 김국현 공주법원 지원장, 나태주 공주문화원장, 공무원 및 시민 등과 함께 금강 따라 500리 대장정 길에 올랐다. 장군산 정상에서 일행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아침 8시. 신관금강공원으로 향했다. 광장에는 벌써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기관장님들도 몇 분 보였다. 이준원 공주시장님을 비롯해 김국현 공주법원 지원장님, 오영익 공주농협지부장님, 신창균 재향군인회장님, 안종화 공주연기축협조합장님, 그리고 우리문화원 원장님. 시청의 국과장님과 공무원들이 일행에 동참했다.

인원점검과 함께 참가비조로 만원을 납부하고 일행은 생수 한 병씩을 지급받고 계단에 서서 단체사진 한 장을 찍고 이내 출발했다. 시장님 인사말이나 일정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참가자 모두가 사전 이해가 되어있는 분위기였다. 하기는 길동무가 되어 함께 길을 걷는다는데 무슨 부연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오늘의 일정은 신관금강공원 출발→무릉동 사송정마을→박찬호 별장→박동진판소리전수관→장암리 고개→장군산 정상→은용골가든→충렬사→송정육거리→와룡교→어린이자연학습체험장→신관금강공원 도착으로 되어 있다. 오전 8시 10분에 출발하여 오후 5시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공주시에서 500리 길동무 되어 내 고장의 공주 땅을 함께 밟아보겠다는 아름다운 뜻으로 출발한 대장정 계획의 2회차이다.

일행은 곧장 강가에 만들어진 산책길을 따라 금강 길을 거슬러 걸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길. 길을 걷다 보면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말을 걸게 되고 두서너 마디 말을 건네다 보면 이내 친숙한 이웃이 된다. 그야말로 ‘길동무’가 되는 것이다. 일행 중에는 언제 이렇게 금강 가에 번듯한 산책길이 생겼느냐 묻기도 한다. 길가에 여러 가지 풀꽃들이 피어 있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달개비와 달맞이꽃, 애기똥풀. 풀꽃을 좋아하는 우리 나태주 원장님은 길을 가면서도 그냥 가지 못하고 사진기로 꽃을 찍어가면서 간다.

조그만 시내를 징검다리로 건너고 도로의 지하통로를 지나 맨 처음 도착한 곳은 명탄서원.
공주시 월송동 239번지. 공주 이씨(혹은 공산 이씨)의 정신적 중심이 되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명신 이명성, 이명덕 두 형제분을 모신 사당이다. 잠시 멈춰 참배와 함께 문중대표의 설명을 듣고 다시 음료수 한 병씩을 받고 산길을 접어 길을 재촉했다.

나지막한 고갯길. 왼쪽으로 박찬호 선수의 별장이라고 말해지는 집을 바라보며 큰길로 내려서니 거기가 바로 무릉동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무릉동의 본래 이름은 무른 돌. 이를 한자로 쓰면 ‘퇴석(退石)’이 된다. 일찍이 이 고장 출신 문신으로 일본사신으로 다녀와 '일동장유가'를 쓴 김인겸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내력을 소상하게 설명해준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이준원 시장님. 역시 대학교수 출신 시장님이라 다르다. 그러고 보면 시장님은 가이드 역할까지 맡았던 셈이다.

무릉동을 스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우리고장 출신의 국창 박동진 선생의 판소리전수관. 관장인 김양숙 명창이 그날 저녁 공연준비로 바쁜 가운데도 나와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잠시 전수관의 전면 전시관만 살피고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무릉동. 역시 내력 있는 마을이라 달랐다. 500백년 가까운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는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나와 막걸리와 두부찌개와 수박으로 후한 인심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낯익은 두 분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문화원 이사님이며 공주대학교 명예교수인 엄기영 교수님과 김숙희 사모님. 아, 두 분이 살고 계시는 곳이 무릉동이라 하셨지! 역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반갑고 그 느낌이 새롭다.

▲일행들이 장군산을 오르고 있다.

순후한 인상의 통장님, 두툼한 손을 잡으며 무릉동을 나서서는 이내 산으로 접어드는 길. 오늘의 주요 코스인 장군산으로 가는 길이다. 여자 회원을 앞세우면서 조금쯤 느슨해진 행렬을 재정비했다. 논길로 밭길로 산소 옆으로 산길은 편안하게 이어지고 이어졌다. 우리 고장 공주의 산과 들은 결코 우악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부드러운 가운데 멋이 있고 은근히 사람을 품어주는 너그러움이 있다. 그야말로 조화와 평화가 있다. 티내지 않은 아름다움이요 내면의 향기다. 그 자연에 그 인간이라 할까. 공주 사람들의 성정 또한 그렇다. 온순하고 끈기가 있으며 정이 깊고 변함이 없다.

처음, 이런 계획을 들었을 때 매우 낯선 마음이었다.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동참해보니 마음이 달아졌다. 내 고장의 땅을 내 고장 사람들이 밟아본다는 것. 요즘같이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마당에 더욱 귀한 경험이다. 그것도 그 고장의 수장인 시장님을 모시고 함께 걷는다는 것은 쉽게 얻기 어려운 행운이다. 우리 원장님이 잘 쓰는 "남이 알까 무섭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남이 알까 무섭도록 좋은 일이다.

내려가고 올라가는 산길. 산은 요소요소에 비경과 오르막 내리막을 준비해놓고 인간을 시험하기도 하고 쉬게 하기도 한다. 아, 공주의 산하가 이렇게 아름다웠단 말인가! 일행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조금은 숨차게 산길을 넘었을 때 수풀 속에서 두세두세 인기척이 들렸다. 장기면 은용리 분들이 마중을 겸해서 음료와 과일을 준비해가지고 온 것이다.

휴식을 취한 뒤, 일행은 곧장 장군산 등반길에 올랐다. 오르고 내리고 40분을 조금 넘겼을까? 해발 350m의 장군봉 정상에는 공주시장이라고 표시된 장군산 표지석이 있었다. 역시 정상은 아름답다. 함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강한 동지애와 친밀감을 갖게 마련이다. 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웃고 농담을 하며 짧지만 충분히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빠르게 하강하는 길. 점심식사 예정지인 은용골가든으로 향했다. 메뉴는 잔치국수라 했다. 그런데 정작 식당에 도착해보니 얘기가 달랐다. 식탁 위에는 주 메뉴 말고도 여러 가지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떡은 임재유 장기면장님이 내신 것. 부드러운 쇠고기 육회는 동행한 안종화 공주연기축협조합장님이 내신 것. 거기다가 서비스로 오징어무침과 채소부침개까지 더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그래도 제일 맛이 있었던 것은 잔치국수.

한 가지 더 고마웠던 것은 공주시의회 부의장인 이충열 의원이 점심식사 자리에 동석해주신 일. 이 의원님 또한 당신의 출신구를 방문해준 공주시민을 반기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몇몇 기관장님들이 업무관계로 도중하차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오후 일정에 들어갔다.

오후 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일행은 한참을 걸어 장기면 하봉리 류영 장군을 모신 충렬사에 도착 후 참배와 함께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이곳 역시 문중 어른들로부터 과일과 음료를 대접 받았다. 그 후 송정육거리를 지나 와룡교, 그리고 의당종합사회복지관 뒤 생태공원인 어린이자연학습체험장에 도착하니 세종요양병원의 원장님을 비롯한 간호사, 의당면 직원들이 막걸리와 푸짐한 먹을거리로 지친 일행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지인 신관금강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장장 30여km. 걸린 시간 9시간 40여분. 참여 인원 80명. 기진맥진한 일행은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다음 달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해산했다. 하루의 일과 치고서는 매우 가득하고 아름다운 일과였다. 날씨까지 구름이 끼어 덥지도 않고 길을 걷기에는 매우 좋은 날씨였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행들이 수박을 먹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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