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처럼 골목길이 많은 시골 도시도 드물지 싶다.

봉황동, 금학동, 반죽동, 중학동, 교동 등. 오래된 마을 묵은 거리일수록 더욱 많은 골목길을 품게 마련이다. 초식 동물의 가늘고 긴 창자처럼 가다가는 막히고 막혔다가는 풀리는 골목길.

담장 너머 해바라기 꽃 들이 고개 내밀어 밖을 내다보고 있군.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지 호박 넝쿨도 꽃송이 두엇 데리고 담장 위에 올라와 있군. 어느 집 대문간인가 아이가 타다가 세워 둔 세발자전거도 보이네.

골목길은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슬픔도 흘러가고 기쁨도 따라가는 길. 무엇보다도 그리움이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길. 골목길에서 만나는 나뭇잎이나 비닐봉지 같은 것들은 이미 쓰레기가 아니다. 그들도 이제는 사람과 더불어 이 골목길의 정다운 한 구성원이 된다.

어린아이가 노란색 유치원 가방을 메고 친구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간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편물을 들고 이 집 저 집 기웃대고, 엄마가 짐 꾸러미를 들고 시장에서 돌아오고 있다. 저녁 무렵이면 학생들도 이 골목길로 돌아올 것이고 하루의 일과를 끝낸 아버지들도 이 골목길로 돌아올 것이다.

지친 다리를 끌고 낯선 골목길에 섰을 때, 문득 누군가 바라보고 있지 싶은 느낌이 들어 우러러 본 하늘에서 한 송이 흰 구름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잊혀진 옛날 애인이라도 다시 만난 듯 조금은 얼떨떨하고 조금은 감격스러워 두 눈에 이슬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저작권자 © 파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