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비평가가 봅은 2010 올해의 좋은 시

오죽(烏竹) 곁에서

                                                                               문태준

오늘은 바람이 오죽을 지나간다

바람은 내 영혼에 한 번 더 흐르면서 움직이지 않는 가지는 없다는 말씀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오늘은 바람이 멎고 또 싸락눈은 듣는다

싸락눈은 내 영혼에 한 번 더 내리면서 설익은 밥알이 살강살강 씹히는 소릴를 들려 준다

나는 긴 목 아래로 끝없이 내려가는 구렁을 보라보았다

 

해설 : 문학평론가・고려대교수 이남호
오죽을 흔드는 바람은 내 영혼도 흔든다.
그리고 내리는 싸락눈도 ‘내 영혼에 한 번 더’ 내린다. 
 나는, 내 영혼은 자연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나는 자연의 일부로 겸손해진다. 
그런데 오죽은 내 영혼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내 영혼에 찍힌 오죽은 ‘긴 목 아래로 끝없이 내려가는 구렁’으로 보인다.
나는 자연이거나 자연의 친구이다.

작가 : 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등.

현장비평가가 봅은 2010 올해의 좋은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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