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비평가가 뽐은 2010 올해의 좋은시

뜻하는 돌

                               김민정

마라도에 갔습니다
태풍에 배 안 뜰 줄 알았습니다
해물톳짜장을 먹었습니다
수지타산에 가게 망한 줄 알았습니다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혼인빙자로 자살한 지 오래인 애인이
삼각대를 꺼내 좀 들어달라나요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심장에 누가 돌 매단 줄 알았습니다
절이 있었습니다
돌에 돌을 얹은 게 합장인 줄 알았습니다
돌을 훔쳤습니다
가방에 수석(壽石)인 줄 알았던 애인이
공항 휴지통에 돌을 좀 버리고 오라나요

인형도 아닌 그저 돌을 말입니다

해설 : 문학평론가・아주대교수 문혜원
화자는 마라도에 가서 그 고장 명물이라는 해물톳짜장을 먹고 기념촬영을 하고 태풍에 배가 안 뜨면 어쩌나 적정하는 한가로운 여행객이다.

전환은 기념촬영을 하는 그 순간에 일어난다. 사진을 찍어주던 애인이 생각났을까. “심장에 누가 돌 매단 줄 알았습니다."에서부터 화자가 마라도를 찾아온 진짜 이유가 나타난다.

이유인즉슨 애인에게 차이고 심장에 돌이 얹힌듯 마음이 무거워 그 돌을 버리러 온 것이다. 돌은 가슴에 얹힌 사랑 혹은 애인이면서 동시에 자연물인 돌이다.

절에 가서 기원을 하며 돌에 돌을 얹어놓는 것은 애인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소중한 수석처럼 가슴에 지녀온 애인은 다른 여자와 신혼여행을 떠나며 이제 버려달라고, 자신을 잊어달라고 말한다.

한낱 ‘인형(doll)도 아닌 그저 돌’인 주제에. 이별을 아파하며 섬을 돌아다니는 일상적인 화자가 있고, 그것을 유쾌하게 포장하며 너스레를 떠는 화자가 있다. 그리하여 이 시는 유쾌한 신파가 된다. 

작가 : 김민정

1976년 인천 출생.

1999년‘문예중앙’ 등단

시집 ‘날으는 고습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2010 올해의 좋은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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