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열여섯
열일곱 살 먹은 소년이 살고 있다
그 소년은 옛 공주사범학교 2층 건물
유리창 가에 붙어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금학동 수원지 쪽으로 열려진 산들, 굼실굼실
파도, 파도처럼 물결쳐 간 크고 작은 산들
가까이서부터 멀어질수록 더욱 짙어져 가는
초록에서 군청색 짙은 바다 물빛까지
가을 햇빛 아래 밝고 환한 가을 햇빛 아래서면
더욱 산들은 멀리 아득하게 보이곤 했다

그 때부터다, 가 본 일 없는 알프스가 떠오르고
머언 나라가 못내 그리워 꿈꾸게 된 것은
그 때부터다, 동경의 모가지가 가늘고 길고
또한 애달픈 보랏빛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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