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공주문화원장.
공주에도 반짝 시장이 있다. 금학동에서 제민천을 따라 내려가다가 공주교대와 시청을 조금 지나 봉황동이 시작되는 부분, 공주고등학교께 오거리에 서는 시장이다. 처음에는 한길가에 아무렇게나 전을 벌이고 물건들을 팔았는데 요즘은 제민천 바닥 한편을 공주시에서 시멘트로 포장해 주어 거기에 장이 선다. 개울 바닥이 시장인 셈이다. 개울 쪽에 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한길가에 전을 벌이기도 한다. 참으로 예스럽고 시골스런 풍경이다.

오거리 반짝 시장은 5일장처럼 정해진 날에 한 번씩 서는 장인데 주로 찬거리나 과일 종류를 판다. 날씨가 많이 춥거나 덥거나 큰물이 질 때를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정해진 날짜에 시장이 형성된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떠돌아다니는 행상이거나 고개 넘어 시골에서 온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사는 사람들은 인근에 사는 아낙네들이다.

나도 아내를 따라 몇 차례 오거리 시장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아내 말에 의하면 더러 신선한 채소나 제철 과일, 그리고 싼값의 생선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반짝 시장인 만큼 아침 일찍부터 장이 섰다가 점심나절이 지나면 장이 파한다.

오늘도 12시경, 시내에 볼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시장은 거의 파장이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많지 않아 흐지부지했다. 거기 언제 보아도 을씨년스럽고 추워 보이는 모습들이 있었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까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언필칭(言必稱) 우리네 살아가는 형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국민 소득이 얼마가 되었다고 자랑하고 한 집에 자가용이 몇 대씩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전히 사람들 살아가기는 가파르고 힘들고 고달파 보인다. 하기야 살아가는 데 언제 어디선들 고달픔이 없겠는가.

멀리서 볼 때 오늘 특별하게 나온 물건은 봄나물이나 채소들이다. 대파나 쪽파 다발이 보이고 그 옆에 잘 다듬어진 쑥도 있고 달래도 있고 냉이도 있다. 우리 곁으로 봄이 다시 찾아온 건 분명한 모양이다.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봄은 언제나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봄이 온다 하여 무슨 특별한 일이 있겠는가? 그냥 봄이라서 좋은 것이다. 오거리 반짝 시장,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서리에서도 새봄의 우편배달부, 민들레꽃은 샛노랗게 피어 얼굴을 반짝 쳐들고 사람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작권자 © 파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