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화연 세종시보건소 건강증진과 방문건강관리팀

▲이화연 주무관.
기승을 부리는 한파에 오늘도 방문보건관리팀 선생님들의 마음이 무겁고 분주하다. 건강위험요인이 큰 취약계층 대상자의 건강상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 방문건강관리팀은 우리 지역 생애주기별 취약 계층의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직접 방문, 서비스 제공과 연계 실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 일을 한 해 한 해 거듭해 나갈수록 우리에게도 주옥같은 소중한 인연이 늘고 있다. 김 씨 할머니도 수 많은 인연 중 한 분이셨다. 첫 방문한 할머니의 방은 입김이 절로 나오고, 발을 디디면 시릴 정도로 차디찬 곳이었다. 월세 집에서 졸졸졸 나오는 지하수 때문에 할머니는 빨래를 제대로 할 수도, 잘 씻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방 안에 들어가 보니 온통 쾨쾨한 냄새로 가득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를 본 할머니의 첫 마디는 “우리 선생님은 결혼 하셨수? 결혼 안했으면 얼른 해서 예쁜 아기 많이 낳으슈”였다. 이렇게 첫 대화를 나누며 할머니와 나의 인연은 시작됐다.
속으로 ‘처음 보는 내게 왜 이런 말을 하지?’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와 대화하며 할머니에겐 지금 하늘 아래 피붙이 가족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할머니는 고혈압, 우울증, 관절염, 신경쇠약 등 많은 질병을 앓고 계셨다. 처음 할머니의 혈압은 160/90mmHg으로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또한 문제였다.
“이렇게 살다 죽어도 이 세상 여한이 없다”며 “와준 건 고맙지만 힘들테니 오지 말라”셨다. 할머니를 설득, 집으로 방문했을 때 교육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 얘기를 들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할머니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 후 가장 중요한 적절한 의료기관 이용 및 투약관리를 지도했고, 서서히 정상혈압을 되찾으셨다.
무척 뿌듯함을 느꼈지만 할머니에겐 해결해 드려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적은 수급비로 생활비가 부족했고, 틀니를 할 돈이 없어 씹지 못해 잘 드실 수 없었고 생활에 불편을 많이 느끼고 계셨다. 물 또한 잘 나오지 않는 환경에 빨래 등의 주거환경도 안타까웠다.
할머니를 위해 복지센터에 도시락 서비스와 이불빨래 서비스를, 보건소 치과실에 노인무료의치 서비스를 연계했다. 다행히 이 모든 서비스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가 잘 됐다.
“할머니, 이제 튼튼한 틀니 하셨으니 맛있는 도시락 드세요. 아! 약도 잘 챙겨 드시고, 운동도 잊지 말고, 싱겁게 잡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라고 말씀 드리자, 할머니께서 눈시울을 붉히셨다. “고마워, 고마워. 나도 이런 딸 있으면 외롭지 않을텐데…. 내가 선생님한테 고마워서 이를 어째….” 두 손을 꼭 잡으시고 한참 같은 말을 되풀이 하셨다. 할머니를 만나면서 할머니에겐 진정 사랑으로 따뜻하게 다가가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을 나갈 때마다 힘들고 지칠 때가 많지만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대상자를 위해 바닥이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도, 햇볕이 뜨거운 무더운 여름에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만나러 간다.
새해에도 주변 취약계층 대상자에게 질 높은 방문 건강 서비스를 제공, 자가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키고 건강수명 연장을 도울 수 있는 보건소 방문팀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사랑과 희망이 담긴 찾아가는 건강관리 서비스가 우리 지역사회에 더욱 확대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돼 다함께 행복한 세종시로 발전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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