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공주대명예교수.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은 가을철을 일컫는 여러 가지 말 중에 하나이다. 하늘은 맑아서 높아 보이고, 사람이나 가축이나 입맛이 당겨서 살이 찌는 계절임을 에둘러 하는 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말로 살만한 계절이 가을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살이 찐다면 매우 경계하는 터라 식욕이 왕성해 진다면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과일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고, 햅쌀밥도 맛있고, 채소도 맛있고,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이런 때를 매우 두려워하며 찌는 살과의 한판 전쟁을 벌일 각오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식사 때마다 밥 안 먹겠다는 어린 자녀와 전쟁을 치르는 엄마들이 많다. 요즘은 한 둘 정도의 자녀들이라 더욱이 걱정이 태산 같다. 이들의 밥 먹이기 전쟁에서 엄마들이 해방될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어린 자녀들의 이런 현상은 유아들의 발달 과정상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 돌 이후 유아는 자기주장이 강해지며 자율성이 생기게 되는데, 엄마가 밥 먹이기에 강박관념을 가질 경우에 자녀와 충돌하기 쉽다.
군것질만 좋아하고 밥 먹기 싫어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식사 때는 항상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하자.
밥을 앞에 두고 아이가 투정을 부릴 때 엄마는 항상 같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대개는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른 태도를 보이기 쉽다. ‘굶어서 어떡해’ 하는 생각에 밥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다가도 갑자기 야단을 치는 태도는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밥을 안 먹는다고 애처로워 말고 주전부리도 주지 말아야 한다.
집에서는 잘 안 먹던 아이도 유치원에 가면 밥을 잘 먹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대하는 태도의 선을 정해두고 일관성 있게 지켜야 한다.

둘째, 밥 먹이기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도록 하자.
어린 자녀를 둔 요즘 부모님 들은 밥 먹이기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 많다. 엄마가 밥 먹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면 아이는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로 삼고 힘겨루기를 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밥 먹이는 문제에 집중하면 할수록 해결이 더 안 될 수 있다. 잘 먹여야 한다는 욕심이 식탁을 전쟁터로 만들게 될 수도 있다. ‘한 끼 정도 안 먹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라는 생각으로 조급성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밥 먹는데 재미를 붙여 주도록 해 보자.
대화로 설득이 어려운 2, 3세의 자녀들은 밥 먹기를 즐길 수 있도록 놀이처럼 만들어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엄마가 동화 구연하듯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면서 밥을 먹게 해도 좋다. “이거 안 먹으면 맴매 한다”, “흘리지 말고 먹어”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말들은 너무 깔끔한 엄마가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이다.
이 시기 유아들은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며 소근육 활동 연습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지저분하게 흘리며 먹는 아이를 보다 못해 “엄마가 먹여 줄게”라고 말하는 것은 자녀의 즐거움을 뺏는 일이 되기도 한다.

넷째, 자녀들에게 설득과 권유의 전략을 써 보자.
“이거 먹으면 네가 좋아하는 로봇 사줄 거야. 어서 한 숟가락만 먹자” 이런 타협의 발언은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밥을 먹이려는 엄마가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의 함정이다. 밥 먹기에 타협과 보상을 하면 아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도 보상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4세 이후에는 설득과 권유의 방법으로 지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네가 밥을 안 먹으면 키가 안 클 수도 있어”, “시금치나 멸치를 안 먹으면 뼈가 약해질 수도 있어. 엄마는 그럴까봐 걱정이 돼.”라는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올바른 식사지도의 방법이 될 것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어린 자녀들이 밥 잘 먹고 쑥쑥 자라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어린이로 성장하도록 부모와 어른들이 다함께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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