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세광교회 목사.
지난 달 마지막 날은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난 지 495년째를 맞는 날이다. 1517년 10월 31일에 카톨릭 신부였던 말틴 루터가 자신이 속한 성당인 위텐베르그 성당 게시판에 교회가 고쳐야 할 조항들을 조목조목 적어 95개조를 내걸었다. 그날 그 사건이 종교개혁운동의 생일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개혁운동이 스위스로 프랑스로 영국으로 마치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 중세의 병들고 잠든 역사를 변혁시켰다.

종교개혁의 선구자들이 목숨을 걸고 주창한 내용의 다음 세 가지가 요점이다.

첫째는 성경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권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컬어 Sola scriptura, Only Bible 이다.

둘째는 구원은 선행이나 고행, 재물이나 지식에 의하여서가 아니라 믿음으로 말미암아 얻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믿음으로 의롭다하심을 입는다는 것이다. 일컬어 Sola Fide, Only Faith 이다

셋째는 신부나 목사만 제사장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은 모두가 제사장이라는 것이다. 만인제사장(萬人祭司長)에 대한 확신이다.

이렇게 시작된 개혁운동은 엄청난 희생과 피를 흘리며 교회를 개혁시키고 역사를 변화시켜 오늘의 개혁교회 즉 개신교(改新敎), Protestant를 이루었다. 그런데 개신교는 오늘에 이르러 문제에 직면하였다. 개혁하기를 중단한 교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개신교의 모습이 어떠한가? 어떤 점에서는 지금은 카톨릭 교회가 더 개혁적이고 개신교는 개혁에서 뒷걸음질 하고 있는 형세이다. 종교개혁운동이 시작된 지 500주년을 5년 앞두고 우리는 대오각성(大悟覺省)하여 살과 뼈를 깎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개혁에 나서야 하겠다.

종교개혁운동 500주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제2의 종교개혁을 단행해야하겠다. 500이라는 숫자가 오늘 우리를 더 참담하게 한다. 약발이 다 떨어져버린 루터의 종교개혁을 굳이 말하자는 건 아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새로운 종교개혁이 필요한 실정이다.

들리는 말로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추어 아직 5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비텐베르그 성당 주변 숙박업소는 한국의 대형교회가 이미 예약을 해뒀다고 한다. 종교개혁의 뜻과 정신은 벌써 구정물처럼 내다 버렸다. 앞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과시하며 거대한 종교개혁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맘몬우상숭배자들의 종교이벤트로 종교개혁 500주년이 그렇게 지나가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제2의 종교개혁을 위한 기회로 삼고자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한국기독교의 2017의제로 삼아 새로운 종교개혁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 만들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었다.

11월 2일 대전빈들감리교회에서는 이정배 교수(감신대 종교철학과)를 강사로 목정평 남재영 의장과 한창승 목사를 토론자로 세워서 아주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목정평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공교회운동과 성직자운동, 신자유주의적 맘몬우상숭배에 대항하는 한국교회 성직자 정의평화 영성운동의 실천과제에 대해 지금은 제2의 종교개혁, 아니 신학과 교회개혁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뜻을 모았다. 기독교는 죽어야 사는 종교인데 돈과 권력을 소유한 나머지 살아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본주의 문화소비자로 전락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동시에 반성하고 작은교회운동, 물질을 넘어 정신세계와 공동체성 회복으로 탈자본주의,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회복이 절실하다는데 마음을 나누었다. 개혁을 당하는 교회가 아니라 사회를 변혁시키는 빛과 소금의 역할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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