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국밥

 

 

과연 처음 먹는 음식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맛을 보겠지만 맛이 있다면 성공이겠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망이겠다. 처음 먹는 음식이 마지막 음식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의 점심은 공주 따로국밥. 공주의 대표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밥이다.

더러 공주의 대표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사람은 칼국수가 대표음식이라고 하고 놀랍게도 보신탕이 대표음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에는 어려운 생각이 있다.

대표음식이라면 그 고장 사람들의 삶이나 산물과 관계있는 것이어야 할 텐데 그런 연계성이 부족한데서 하는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둘레둘레 찾아볼 때 아무래도 공주의 대표음식은 국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금강변 가까운 국밥집을 찾아간다. 가능한대로 공주에서 나는 것으로 무, 파, 쌀 등 공주에서 잡은 소고기를 가지고 사골을 과서 만든다는 얘기에 주인네의 공주사랑이 엿보인다.

그런데 국밥은 왠지 나이가 어린 사람들보다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먹는 음식으로 먼저 떠오른다. 나 역시도 어려서는 국밥이 뭔지도, 그 맛을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육개장보단 내용물이 덜 들어있는 국이라고만 생각했다. 보이는 것이라곤 파와 고기뿐이니. 한 번 두 번 먹다보니 그 맛이 점점 어떤 맛인지 알게 되었고 이제는 육개장이랑 국밥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겠다.

국밥은 말 그대로 뚝배기에 밥과 국이 말아져 있는 밥이다. 다른 말로는 장국밥이라고 하는데 또 국말이라고도 한다. 힘들게 살던 시절 공주사람들의 배고픔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 한다.

한 그릇 뚝딱. 밥과 국이 섞인 국밥은 빠른 시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일품요리이다. 한꺼번에 먹을 사람이 많은 경우나 추울 때 따뜻하게 먹기 위한 음식으로 알맞다. 장이 서는 곳에는 장터 한 귀퉁이에 간이 국밥집이 서서 행상들이나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나무꾼, 장꾼 등의 점심 요기로 애용되었다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시장바닥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먹는 싼 점심밥으로 큰 솥에 끓인 국에 고기 맛이 나게끔 허틈사리를 모아서 사골이라든가 내장이나 머리 고기를 넣어 끓이는데 심지어는 선지까지 넣기도 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부족한 입맛을 채우기 위해 야채를 넣었으리라. 무나 배추, 야채, 고사리와 같은 구할 수 있는 채소들. 이것이 국밥의 역사다.

허나 지금은 세상살이가 좋아져 따로 국밥이라는 것이 나왔다. 밥 따로 국 따로. 진화된 것이 공주국밥이다. 원래 국밥은 국에다가 밥을 집어넣었으나 지금은 밥도 정식으로 한 그릇, 국도 정식으로 한 그릇. 고기도 넣고. 말아먹는 건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국밥에는 왠지 모를 정겨움이 있다. 국말이국밥 시절부터 뜨거운 국물에 모락모락 오르는 김 속에는 그러한 것들이 들어 있고, 아마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그 복잡한 시장바닥에 철푸덕 앉아 한 그릇 드시고 가지 않았을까, 그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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