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한국통역안내사·일본통역안내사

▲김진웅 한·일통역안내사
“1등을 따라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하면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는 말이지요.  저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민의 쉼터’ 그리고 ‘어린이 놀이터’를 보아 왔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이든, 어느 지역이든, 또 어느 나라이든 나름 가장 잘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할 것입니다. 문제는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 과연 얼마나 좋은 지, 그래서 이용률은 과연 얼마나 되는 지가 문제이지요.

사람들 대부분 하루 세끼를 먹습니다만, 누구는 10만원 대의 메뉴를 먹는가 하면, 누구는 단 몇 백원짜리 식사를 합니다. 똑같이 정해진 기간 동안 공부를 하지만, 누구는 50점대 성적에 그치는가 하면 누구는 90점, 아니 만점대의 성적을 올리기도 합니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투자의 효율성면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국민의 혈세로 하는 공공사업에 이르면,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낭비되지 않게 ‘최적’의, ‘최고’의 결과를 낼 때 그 행정, 그 정권은 장수하게 마련일 것입니다.

부실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면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당사자는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안의 이웃에서 그 사업의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온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저는 최근 일본 富山縣의 県廳소재지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보아 온 것 중 가장 좋은 어린이놀이터를 봤습니다. 평지에다 높이 10여m쯤의 둥그런 동산을 조성했는데 눈대중의 지름은 50여m쯤 일까요. 그 곳에 모래놀이터, 터널, 미끄럼, 망태기, 오르기 등등 종류 면에서는 여느 놀이터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만 그 놀이시설에서 노는 어린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놀이시설 하나하나가 어린이들이 문자 그대로 재미있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저런 놀이시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역시 눈대중입니다만- 높이 5m쯤에 지름 10m쯤의 큰 것과, 하나는 높이 3m쯤(이 수치는 상상을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의 작은 두 개의 동산이었습니다. 전체의 모양은 하나의 표주박 같습니다.

그 표주박모양의 놀이기구는 껍데기는 텐트 같은 소재로서 그 속에 공기를 넣어 어린이들이 올라가 펄떡펄떡 뛰면 풍선위에 있는 것처럼 튀어 오르게 돼 있었습니다. 동산 같은 모양이므로 미끄러지게도 돼있어 미끄럼과 통통 튀어 오르는 두 가지 기능을 합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공기를 어떻게 넣고 유지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놀이터는 전체가 둥그런 봉분처럼 돼 있는데, 둘레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도록 햇빛을 가릴 지붕과 그 아래에 벤치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 놀이터 주위에는 널따란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를 태우고 온 차가 아무 불편 없이 주차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시민들의 ‘행복의 터’는 또 하나 있습니다. 運河와 環水공원(물이 돌게 만든 정원)입니다. 富山県이 ‘자연과 인간이 조화하는 도야마현의 새로운 오아시스’라는 테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잡풀 하나 없는 ‘금잔디’가 마치 융단처럼 깔린 완만한 비탈이 있는데, 이 언덕배기에서는 인공호수를 바라보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잔디언덕에서 시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뒹굴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있어 그곳에 온 누구나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마구’, ‘얼마든지’ 뒹굴며 놀아도 좋고, 연인들이 다정하게 사랑을 속삭이기에도 좋고, 일광욕 하기에도 참으로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공원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는 요소는 △최적의 경사도 △금잔디 △물이 돌아 흐르게 만든 운하 겸 인공호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맞은편에는 널따랗고 나즈막한 금잔디언덕을 조성했습니다. 키가 3~5m쯤의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한편 적당한 가림막 역할을 하게 하고, 내려다 보이는 호수에는 철새들이 날아와 한가로이 노닐거나 사랑을 나누는 곳-. ‘유토피아’란 바로 이런 곳을 가리키는 듯 합니다. 천국 같은 쉼터이었습니다. 이곳은 ‘재단법인 富山県民복지공원’이 관리합니다.

富山県에는 또 黑部峽谷에 △도로코관광열차 △黑部(구로베)댐 △알펜루트라는 관광코스가 있습니다. 2,000m가 넘는 산이 모두 26개, 3,000m급 산이 2개나 되는 북알프스의 경관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바위덩어리 산허리를 뚫은 평평한 터널, 그리고 경사도 70도가 넘어 보이는 급경사의 터널, 그 높고 험준한 바위산에 매달린 로프웨이, 높이 186m나 되는 구로베댐 등을 만들어 놓은 일본의 토목건축기술력은 부럽게 만듭니다. 다만 이 코스는 11월21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 폐쇄됩니다.

시민들의 쉼터와 어린이들의 놀이터- 우리도 그처럼 만든다면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선진지 견학, 선진지 시찰 대상은 바로 이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지-그 시찰 연수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과연 어떨는지요-.


 

저작권자 © 파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