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마저 제자리걸음

▲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계룡산국립공원 갑사 입구의 '갑사호텔'이 29년째 흉물로 방치돼 자연경관 훼손은 물론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과 주민들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랍공원계룡산 갑사 입구.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듯한 기괴한 건물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어 관광객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립공원 계룡산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 뼈대만 앙상한데다 외벽은 물때로 시꺼멓게 변색돼 있고, 건물 위로 철근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오랜 세월 방치돼 왔음을 짐작케 한다.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계룡산을 가리고 있는 이 건물은 일명 ‘갑사호텔’로, 흉물로 방치된 지 벌써 29년째다.

한 업체가 호텔을 짓는다며 1986년 충남도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공사를 시작했지만, 자금난 등으로 1992년 이후 멈춘 상태다. 공사 중단 이전 5차례에 걸친 사업기간 변경과 함께 사업자가 7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끝내 완공을 보지 못했다.

이후 조계종 갑사 측에 사업권이 넘어가면서 다시 활로를 찾는가 싶었지만, 이마저도 수십억 원의 철거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갑사호텔’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2019년.

공사 중단 27년 만에 철거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의 ‘제5차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에 선정, 건물 철거 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 국민의힘)의 공이 컸다.

정 의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폐건물로 인한 피해를 설명하는 등 여러 노력 끝에 결실을 맺게 됐고, 시민들은 크게 반색했다. 정 의원은 당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방 헐릴 줄 알았던 ‘갑사호텔’은 여전히 흉물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국토부의 공사중단 건축물 선도사업'에 선정되고도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토부가 해당 건물 및 부지의 소유권자와 협의를 통해 철거 및 활용 계획을 수립한 뒤 정비지원기구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폐건물 철거 및 신규 공간 조성을 맡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LH의 자체 용역 결과 수익성이 낮은데다 마땅한 수익 모델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탁사업자이자 개발주체인 LH는 철거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신규 공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일정기간 가져가는 것으로 돼 있다.

당장 공주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철거비용 50억 원이 국회 예산증액심의에서 부결된 때문이다. 시는 올해 또다시 21억 원의 국비지원을 건의한데 이어 김정섭 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이 국토부와 기재부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지난 5월 국토부 건축정책관을 만나 갑사호텔 철거에 21억 원을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한데 이어 지난 7월 말 기재부 총괄예산심의관과 경제예산심의관을 잇따라 만나 갑사호텔 정비사업에 62억 3500만 원을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시는 공사중단 후 29년째 방치돼 흉물로 변한 갑사호텔을 ‘그린뉴딜 갑사지구 개선사업’과 병행 추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여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사업의 모범사례로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철거비용이 기재부와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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