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공산성 풍경.

 

내 고향 공주는 문화유산의 도시이자 백제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학창시절 소풍 장소였던 공산성은 아직도 으뜸으로 꼽을 만큼 아련한 추억이 많다. 공산성 성벽은 토성과 석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아래로 금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어 그야말로 절경이다.

공산정에서의 탁 트인 시야는 딱히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발아래 펼쳐진 모든 것이 아름다워 찾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절로 나게 한다. 유난히 맑은 날엔 보석처럼 반짝이는 금강과 꽃으로 가꾸어진 미르섬이 한눈에 들어와 이 또한 잠시 마음을 머물게 한다.

공산성 산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은 또 있다.

나무들 사이를 가로질러 광복루와 쌍수정 오르는 길은 나무 터널이 길게 늘어서 있어 신선함을 발산한다. 더위를 피해 산책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코스다. 하늘 높이 가지를 뻗은 나무들이 마치 손뜨개로 짜놓은 듯 그늘막을 형성하고 있어 하늘정원이라 일컬어도 무색하지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즐겨 오르곤 한다.

이곳 어딘가에선 장수풍뎅이도 만날 수 있다. 봄엔 야생화가, 여름엔 울창한 나무 그늘이, 가을엔 도토리가 풀 섶을 비집고 널브러져 있기도 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눈 요깃거리를 제공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사계절 특색있는 자연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공산성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가 않다. 늘 새롭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공산성의 삼백육십오일.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사색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공산성에서 백제 역사와 실컷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도 가벼워지고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요즘 흔히 통용되고 있는 힐링이란 단어가 공산성과 찰떡궁합처럼 어울려 올 적마다 홀가분해진다.

공산성에 얽힌 추억의 실타래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나’가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라고 현재의 ‘나’를 꾸짖기도 한다. 사색의 힘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용기와 악수하라고 말을 건넨다.

세상사 살다 보면 교묘한 말로 포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속상한 적도 있지만, 실상은 한결같은 이도 부지기수이다.

‘나’를 다독이고 나니까 금서루를 나서는 발걸음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듯 가볍다. 그래서 이런저런 연유로 끌릴 수밖에 없는 공산성이 나는 참 좋다. 시민기자 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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