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친척이 맘 놓고 만난 지가 어언 두어 해 남짓 되어간다. 그런데도 아직 거리 두기가 풀릴 기미가 안 보여 더더욱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예전처럼 자유분방한 만남은 아니지만, 언제까지나 이산가족으로 지낼 수 없어 일단 가까운 친척들과 만나기로 했다. 물론 인적이 뜸한 곳에 펜션을 얻어 약간의 불안감을 덜고 말이다.

이조차도 농장주인이 얼마나 까탈스럽게 자가수칙을 준수하던지 겨우 통과했다. 깐깐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안전을 우선시하는 마음이 전해져 오히려 더 감사했다. 이름도 들어봄 직하여 친숙한 진달래 방에 짐을 풀고 바비큐 파티를 조용히 치렀다.

서너 살 꼬맹이들은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 대신 파리를 잡는답시고 허공을 가로질렀다. 놀다가 지치면 주저앉아 명탐정 셜록 홈스처럼 곤충들의 동태도 살폈다.

온통 산과 들로 둘러싸여 있어 아이들 눈에는 모두가 궁금증투성이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덩달아 어른들도 동심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묵혀뒀던 숙제인 부모님 산소 떼 입히기와 여럿이 모일 수 없게 된 제사 등 일련의 과제들을 맛난 음식과 함께 풀어나갔다.

그동안 쌓였던 회포도 풀고, 집안의 대소사도 논할 겸 모이게 된 장소는 사곡면 월가리 일원의 자연과 어우러진 펜션이다. 그래서 좋았다. 짙푸른 녹음이 여유와 위안을 주어 일박이일로 묵으면서 서로 간의 마음도 확인하고 가족 간의 정도 돈독히 했다.

어지러운 세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딴 세상 같은 사곡면의 경관은 눈과 마음이 쉬어가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어린아이들에겐 돌 틈의 개미와 꼬물꼬물 올챙이 등이 그저 신기할 따름인지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한다.

조카들이 대도시에 살다가 시골 풍경을 처음 접해서 그럴 거라 짐작은 한다. 좀처럼 자연의 신비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동네 어귀를 휘젓고 다녔다.

아이들과 달리 난 파란 하늘과 과실수의 개화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하얀 작은 송이를 소담하게 피운 과일나무는 사과일까, 배나무일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주인장에게 여쭤보면 정답은 금방 알겠지만, 그냥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하나쯤 나도 비밀을 간직했다가 우연처럼 정답의 실마리를 풀고 싶어서이다. 시민기자 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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