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세광교회 목사.

 사랑이있는집에서 지적장애우 명숙씨(51)와 함께 산지도 벌써 10년 째이다. 한 가정에서 돌보기는 어려운 장애우이다. 그래서 사랑이있는집에서 장애우들이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를 꾸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노인들은 돌아가시고 임대아파트 당첨으로 자립하거나 귀가한 장애우들이 있고 명숙씨 혼자 남았다.

세월이 지나자 우리 가족이 되어 이제는 서로 돕고 사는 관계가 되었다. 3년 전 명숙씨 이름으로 05년식 중고 승용차를 한 대 장만했다. 시골에 살다보니 교통수단이 필요했기에 주로 아들 전도사가 타고 다닌다. 물론 장애인과 함께 살기에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만 가능한 가스차이다. 요즘엔 나라에서 주는 생활지원비도 통장과 함께 영수증을 첨부하여 감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숙씨에게 차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친족이면 문제가 없는데 주민등록상 남이 타는 격이라 차를 정리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생활지원을 끊겠다는 통보다. 물론 사실대로 차를 우리 이름으로 이전하려고 했지만 가스차라 장애인이 탄 이후로 5년이 경과해야 가능하다. 시청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얘기했지만 법에 없는 일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어찌할 수 없어서 상사에 내 놓으니 280만원을 준다고 한다. 차를 팔면 당장 다시 장만해야 한다. 비록 오래된 중고차지만 애지중지 이상없이 잘 타고 있다. 기도하는 중에 아주 멀리 강원도 원주에 장애우들을 아예 호적상 자녀로 만들어 정부 지원없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목사님이 생각난다. 목사님의 넓은 아량으로 부끄러움과 무례를 무릅쓰고 1년 반이라는 시한부로 차량을 이전하였다.

살다보면 누구나 인생의 고비에서 힘 있는 사람이 한 번만 도와주면 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힘 있는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의외로 나를 위해 힘을 써주기가 어렵다. 어설프게 남을 도와주다가 작은 실수로 자기 자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새가슴이란 말도 있다. 대통령 친인척은 오히려 조용히 죽어지내야만 하는 이유다.

인맥이 없다고 탓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한 명씩 만들어가면 된다. 당장 우리 앞에 있는 작은 사람 하나에 모든 정성을 쏟아야겠다. 작은 관계가 소중하다.

해방 전, 서울의 한 부잣집에 작은 방을 하나 얻어서 사는 날품팔이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 저녁에 집 안으로 들어서던 주인이 마루에 선 채로 어린 아들에게 찬밥을 떠먹여주는 아버지를 보고 가슴이 저렸다. 그래서 이 가난한 부자父子를 방 안으로 불러 들여서 새로 지은 밥과 풍성한 반찬을 함께 먹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너무 고마워서 밥을 먹으면서 계속 울었다. 그 겨울 내내 집주인은 이 부자를 방 안으로 불러서 함께 밥을 먹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들 부자는 그 집을 떠났다.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터졌는데 미처 도망가지 못한 이 집주인은 돈이 많은 지주라고 해서 인민재판에 끌려갔다. 끌려온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되는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이 집주인의 이름이 불리자 갑자기 중앙에 앉아 있던 인민군 장교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와서 집주인의 얼굴을 확인한 후 즉시 포박을 풀어주라고 명령하고, 자기 사무실로 따라오라고 했다. 영문을 몰라 따라간 그 앞에 인민군 장교가 울면서 손을 잡았다.

“아저씨, 저 모르시겠습니까? 십 수 년 전 추울 겨울날 우리 아버지와 제가 밖에서 찬밥 먹는게 안쓰럽다고 아저씨가 데리고 들어가 따뜻한 밥을 먹여주셨잖아요.”

집주인은 그렇게 지옥문 앞에서 기사회생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힘없는 사람 한 명을 함부로 무시해선 안 된다. 사람을 대할 때 우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사랑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항상 부지런히 씨를 뿌려야 한다. 어려움을 이해하고 단 하룻만에 응답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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