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에 인건비까지 치솟는데 밤 수매가는 ‘똥깞’”

▲ 공주시 사곡농협의 낮은 밤 수매가에 화가 난 농민들이 농협의 각성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강력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파워뉴스

 

공주 사곡농협의 턱없이 낮은 밤 수매가에 농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다구나 농민들의 아픔을 달래고 위로해야 할 농협이 외려 농민들의 고혈을 짜내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참다못한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 19일 충남 공주 사곡농협 수매장 앞은 뿔난 농민들의 원성으로 가득했다. 농민들은 “흉년에 인건비까지 치솟는데 밤 수매가는 ‘똥깞’”이라며 사곡농협의 횡포를 집중 성토했다.

사곡농협과 공주산림조합은 특 3700원, 대 3000원, 중 2200원, 소 1200원 하던 당초 밤 가격을 지난 16일 1킬로그램에 500원씩 전격 인하했다. 이와 달리 정안농협과 정안밤생산자영농조합은 밤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 대조를 보였다.

껍질 터진 ‘열과’의 경우도 인근의 다른 농협들과 비교해 10% 수준에 머물러 밤 재배농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안농협의 경우 열과 수매가를 1000원에 책정한 반면 사곡농협은 100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농민들은 사곡농협의 ‘배짱영업’ 배경에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느닷없는 밤 수매가 인하 결정은 공주지역 밤 수확량의 30%가까이가 사곡농협에 몰리면서 수매가격을 주무를 수 있다는 계산이 갈려 있다는 것.

계룡농협, 이인농협, 탄천농협, 신풍농협 등 밤 수확이 많지 않은 인근 농협들이 장비와 인건비 등의 절감을 위해 올해부터 연계사업을 추진, 해당 농협들의 밤이 사곡농협으로 집결하고 있다.

유영근 계룡농협 조합장은 “밤 수매량이 적은 여러 지역농협들이 선별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사곡농협과 연계사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작년과 재작년 밤 수매가 때문에 적자를 본 게 사실로, 최대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안다. 다만, 농민들의 불만이 큰 만큼 수익이 남는다면 환원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신풍농협은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다. 지난 17일부터 사곡농협과의 연계사업을 포기하고 자체 수매에 나섰다.

공주시산림조합 또한 지난 주말 회의를 거쳐 수매가를 일부 상향 조정한데 이어 수매가를 내린 시점에 밤을 낸 농가들에 대해서는 인상분을 소급 적용할 예정이다.

임상빈 사곡밤작목회장은 “계속된 장마와 태풍으로 온전한 밤을 찾기 힘들 정도다. 열과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최악의 흉년인데 정작 농협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코로나19에 긴 장마와 태풍, 낮은 수매가 등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매가 횡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곡농협은 지난 21일 오후 농민들과 극적으로 타협했다.

이날부터 수매하는 밤에 대해서는 종전 가격을 유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림조합과 달리 인하 분에 대한 소급적용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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