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는 지금 아스콘으로 덮여 있다. ⓒ 파워뉴스

 

동학사 진입로에 식재한 수령 50년 안팎의 벚나무 가로수 3그루가 농약에 의해 말라죽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공주시는 드릴로 구멍을 뚫어 농약을 주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 했지만 1년 반이 되도록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동학사 진입로 학봉삼거리(반포면 학봉리 289-6번지) 왕복 4차로 도로변에 심어진 아름드리 벚나무 3그루가 죽어간다는 것을 확인한 건 지난해 5월.

당시 나무의 잎이 마른채 꽃을 피우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공주시청 직원은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뚫은 지름 1.5cm 크기의 드릴 구멍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면서 “일부 구멍은 외부에서 발견하지 못하도록 나무껍질 등으로 막아 은폐를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피해 고사목은 가슴높이 지름 50~65cm, 높이 7.5m 크기의 성목(成木)이었다.

나무 1그루당 3~7개 씩의 드릴 구멍이 뚫려 있었고, 이미 거의 다 고사한 상태였기 때문에 회생조치 등도 무의미했다.

시는 현장 확인 후 인근 업소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찾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 했으나 목격자를 찾을수 없었다.

가로수를 손괴할수 없도록 규정한 ‘산림자원 관리법’ 등에 따라 시는 지난해 5월29일 공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같은 해 7월9일 공주시에 ‘미제 사건으로 분류한다’고 통보했다.

말라 죽은 벚나무 도로 옆에는 현재 대형 식당과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 악의적인 수법으로 가로수를 말려 죽인 이곳은 해마다 5월에 벚꽃축제를 여는 명소다.

주민 P씨는 “죽은 나무들은 항상 하얀 벚꽃을 화사하게 피워준 튼실한 친구들이었다”며 “업소가 영업행위를 목적으로 나무를 죽이는 행위는 파렴치한 비양심적 이기주의”라고 성토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도로변 인근 상가들이 업소의 간판을 가리고 차량 진출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은밀하게 가로수 나뭇가지를 훼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아예 고사시킨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지름 20cm 크기의 벚나무 1그루당 가격은 조달청 발주기준으로 100만원 안팎이다. 이를 바탕으로 환산할 경우 죽은 나무의 가격은 대략 600~800여만원. 피해금액 모두는 시민의 혈세다. 공주시는 죽은 3그루중 2주를 베어내고 1주는 증거보존 차원에서 존치시켜 뒀다.

 

농약을 주입하기 위해 누군가 드릴로 벚나무에 구멍을 뚫어 놓은 모습.
농약에 의해 죽은 벚나무 3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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