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걸 교수의 ‘성벽따라 듣는 공산성 이야기’

▲19일 실시된 공주향토문화연구회 답사는 지수걸 교수의 '성벽따라 거닐며 듣는 공산성 이야기'로 진행됐다. 답사 참가자들이 성벽을 따라 걷고 있다.
17일 오후 2시30분 공산성 주차장. 공주향토문화연구회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의 10여년 넘게 모임을 같이 해온 회원들이 많아서인지 서로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공주지역의 향토사 연구모임인 공주향토문화연구회는 매월 답사를 실시한다. 향토회의  5월 모임은 이날 ‘2012년 우리문화즐기기사업’ 일환으로 실시, 지수걸(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성벽 따라 거닐며 듣는 공산성 이야기’를 주제로 이뤄졌다.

이번 답사는 공산성과 공주의 근현대사를 듣는 시간으로 마련돼 문화유산해설사 및 일반인들까지 대거 참석, 관심을 끌었다. 본지는 지수걸 교수가 이야기하는 공산성과 공주의 근현대사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이날 실시된 답사는 서문고개→ 비석거리→ 금서루→ 공산루→ 공북루→성안마을→ (빙고재, 만아루, 영은사)→ 진남루→ 쌍수정 등 성벽을 따라 걸으며 공산성의 근현대 유적이나 근현대사 이야기, 성벽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근현대사 유적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실시됐다.

▲회원들이 금서루에서 지수걸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공산성 유물유적
···백제시대 것 하나도 없다
. 지수걸 교수는 답사에 앞서 “공산성의 1500년 역사를 60년 남짓한 웅진시대의 왕성(王城) 혹은 도성(都城) 역사로 대체하려 해선 안된다”며 “만들어진 공산성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나 공산성 역사가 만들어지는 배경과 과정, 그 결과나 의미 등을 공부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공산성에 남아 있는 모든 유물유적 가운데 백제시대의 것은 하나도 없다. 현재 공산성 시설은 대부분 조선왕조시대의 공산성을 복원한 것이거나 근자에 새롭게 신축한 것들”이라며 아쉬워했다.

지 교수는 금서루의 유래에 대해 “백제·조선시대 공산성에는 금서루(錦西樓)라는 누각이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축조된 서문(西門)의 문루(門樓)를 최근 복원하면서 금서루라 이름 붙여진 것”이라며 “이는 잘못이다. 조성왕조 시기의 명칭을 존중한다면 동문(東門)처럼 그냥 서문(西門)이라 해야 옳다. 공산성의 정문은 서문, 즉 금서루가 아니라 지금은 사람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남문(南門)인 진남루(鎭南樓)”라고 주장했다.

▲지수걸 교수가 공산정 앞 성벽에서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다.

공주사람들··· 형무소가
‘돈’이 된다는 것 알았다
. 지 교수는 “형무소는 공주라는 도시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말 가운데 하나”라고 색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근현대의 공주는 학교가 많은 교육도시였을 뿐 아니라 시가지 입구에 형무소가 존재했던 ‘감옥 도시’이기도 했다”며 “공주사람들 가운데 위(학교, 형무소)의 두 자원(시설)에 기대 먹고 살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공주사람들이 학교와 형무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돈’이 되는 가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는 것.

형무소가 돈이 되는 이유는 면회 오는 사람들이 공주에서 자고, 죄수들한테 주는 사식은 공주 식당에서, 간수들도 거의 다 공주사람들이라는 논리다. 특히 공공토목공사는 물론 일반 토목공사까지 죄수들을 활용했다는 것.

그렇기에 외지 사람들은 공주 관문 초입에 형무소가 들어서 있는 모습을 기이하게 여겼으나, 공주사람들은 구도심이 포화상태가 된 1960년대까지 ‘외곽이전’을 거의 요구하지 않았다. 공주형무소가 신시가지로 이전된 것은 1978년이었다.

▲금서루에서 바라 본 공산성 미나리꽝 일원.

공주사람들은 미나리꽝에서
생산된 미나리 거의 먹지 않았다?
공주사람들은 현재 연문광장 일대를 ‘미나리꽝’이라 부른다. 1980년대 중반 연문광장 일대가 매립되기 전까지 미나리꽝이었기 때문이다.

지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공주미나리는 서울 도매시장에서도 알아주는 특산품이었으며 ‘JP 빽’(?)으로 논산훈련소에 군납됐다. 하지만 당시 공주사람들은 그곳에서 생산된 미나리를 거의 먹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공주시내의 하숫물이나 변소의 똥들이 대부분 이곳에서 소모됐기 때문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지수걸 교수는 ‘고도 관련 특별법’에 기초해 추진되는 공주지역의 고도복원사업 1차 사업과 관련 “연문광장 일대 제민천 하류지역을 예전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이라 한다”며 “토목공사 위주의 문화재 정책은 쓰레기를 양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금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 교수는 “우금티기념사업회는 20여년간 자체평가에서 우금티에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게 한 것,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은 것이 가장 자랑할만한 일이라 합의한 적 있다”며 “고도사업도 그런점을 유념하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이 공산정 앞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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