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유구 초입 복 전문식당. 두 번째로 먹어보는 복국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복어에는 독이 있다. 해독제조차 없는 치명적인 독 때문에 복어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된다. 독은 특히 산란기 때 잔뜩 오르는데 독성이 강한 복어일수록 맛이 좋다 하니 복어의 독과 맛은 재미있는 상관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복어에 있는 그 독은 청산가리의 10배가 넘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라 치명적이라 한다. 위험한 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복을 좋아하는데 전문가가 다룬 음식이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아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다.
특히나 술을 좋아하는 남자분들, 그리고 회식이 잦은 회사원들, 알콜을 해독하는 속 풀이용으로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독이 있는데 술독을 푼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나 할까. 독으로서 독을 다스린다 해서 많이들 찾는 모양이다.
복어는 지리탕과 매운탕으로 먹는데 우리는 하얗게 국물을 낸 맑은 국물의 지리탕으로 먹었다. 처음에 복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 때 그냥 시켜주는 대로 먹다보니 대충 복어탕·복국이라 알고 있었고, 지리탕이란 메뉴와 매운탕이란 메뉴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 지리탕은 하얗게 우려낸 맑은 국물이고 매운탕은 고춧가루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것을 지칭한다는 것을.
상에는 주 메뉴인 복지리탕과 여러 가지 반찬들이 있다. 우선 탕이 끓기 전에 먼저 쫄깃하며 산뜻한 복껍질무침으로 입맛을 돋우며 정갈한 찬을 맛본다. 배고픈 나머지 사진도 찍기 전에 찬을 먹어버려서 사진속의 반찬들이 좀 어수선하게 나왔다. 음식을 앞에 두고 기다림이란 참으로 힘들다.
냄비에 고운 빛깔로 담겨진 뽀얀 속살의 복어와 향긋한 미나리와 아삭아삭 식감이 좋은 콩나물이, 팽이버섯이 소복이 담겨 테이블 위에서 끓기 시작한다. 미나리를 곁들이면 맛의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해독의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한다. 그래서 복국에는 미나리가 빠지지 않는가보다.
간장소스에 와사비를 적당히 풀어 살짝 삶아진 미나리와 콩나물을 콕콕 찍어 먹고 이내 살이 오른 복어 살점을 연신 발라낸다. 솔직히 복의 실질적인 맛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 맛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육질이 생선 같지 않아서 더 담백한 것 같기도 하고 쫄깃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초자인 내가 먹어도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은 일품이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소동파는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 이라고 복요리를 극찬 했고 요즘은 서양에서도 ‘죽기 전에 먹어야할 101가지 음식’ 가운데 하나로 복요리를 들고 있을 정도라 한다. 또 이집트에서는 ‘복어껍질로 돈주머니를 만들면 돈이 는다’고 해서 지금도 장사꾼들 중에서 복어 껍질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 정도라 한다.
말린 건복이 있고 생복이 있다는데 우리가 먹은 복지리탕은 어떤 복으로 만든 음식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