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전 공주시장후보/청와대 비서관) ⓒ
며칠 후면 설날, 정유년 새해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최고위직 공직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이기에 ‘불공정’과 ‘불의’를 넘어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인물과 세력이 주목되고 있다.

필자는 작년에 [인물로 본 공주역사 이야기](메디치미디어)를 집필하면서, 공주의 역사인물 중에 청렴하고 바르며 강직한 공직자로서 존경할만한 분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시대적 과제는 다를 수 있지만 공직을 부여받은 이들이 어떤 자세로 일하느냐가 그 사회의 기틀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공주인물로 먼저 이세장이라는 분을 꼽을 수 있다. 우성면 내산리 안골에 이세장(1497-1562)과 그의 아버지 이목(1471-1498)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 옆에 높이 1m 되는 검은색의 괴석이 함께 세워져 있다. 옛 선비들은 자연을 담은 괴석을 애호하며 가까이 두고 그 항구불변함을 닮고자 했다. 조선시대 문인화 중에 괴석을 그린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돌은 이세장이 강원도 관찰사 시절, 집무실 앞 뜰에 두고 감상하던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연유에서 이곳에 서있나. 유래비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이세장이 강원도관찰사로 있을 때 절의와 청렴으로 정치를 잘해 임금으로부터 ‘청백’(淸白)이라는 친필을 포상받을 정도였다. 그가 임기를 마치고 강원도를 떠날 때 관리와 백성들이 부채를 바쳤는데 강에 던져버렸고, 부인이 물레를 가져온 것을 보자 역시 버리도록 했다. 이에 배웅하던 백성들이 그가 평소 아끼던 괴석을 공주의 집에까지 옮겨주었다.”

이세장은 1546년 청백리에 초선되고 1551년에 ‘청간인(淸澗人)’과 ‘염근인(廉謹人)’으로 선발되었다. 청렴한 것은 물론이고 근면한 업무 수행으로 백성들에게 실제 혜택을 주는 공직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명종실록]에서도 "이세장은 이목의 아들이다. 절의를 지켜 처세했고 사람들과 거슬리지 않았다. 집이 몹시 가난해 아침저녁거리를 대기 곤란했으나 재산에 뜻을 두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그의 아버지 한재 이목은 성균관 유생 시절부터 곧은소리를 감추지 않아 공주(소학동)에 유배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연산군 5년에 임금과 권신들에게 밉보여 김일손 등 사림파와 함께 능지처사 당했다(무오사화). 그의 부인 예안김씨는 남편이 사형당하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친정인 내산리로 돌아와 살았다. 아버지의 맑고 곧은 선비정신이 아들에게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보겠다.

또 한 분, 공주 의당면 도신리에 묘소와 사당이 있는 강백년(1603-1681)도 청백리 관찰사로 유명하다. 그는 1653년(효종 4)에 충청도 관찰사에 임명되어 충청감영이 있던 공주에 부임했다. 그는 행정의 달인이었다. [국조인물고]에 “충청가사로서 대동법을 처음으로 시행했는데, 법에 맞도록 베풀고 백성들의 편의에 힘썼으므로 호서지방에 지금까지도 칭송되고 있다. 조정에서 그의 임기가 찼음에도 그대로 유임시켰다.”고 기록될 정도였다.

일찍이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대간 벼슬에 있으면서 은을 뇌물로 받아 파직되고 모진 처벌을 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것을 평생의 교훈으로 삼아 주변을 깨끗이 하고 재물을 멀리하며 공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고자 노력했다. 이세장처럼 아버지가 교범이었다. 그는 사후(1695년)에 관직 수행 능력이 뛰어나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청렴·근검·도덕·경효·인의 등 덕목을 두루 겸비했다고 평가받아 청백리에 선정되었다.

국정 농단으로 국회에서 탄핵되어 직무가 정지되고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 밝혀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통령이 주선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은 삼성재벌은 그 대가로 4백억 원대의 금전을 제공했다고 한다. 롯데는 면세점 관련, 에스케이는 총수의 사면 관련 등등으로 박 대통령과 대가성이 있는 부당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고의 정치권력인 대통령과 경제권력의 최고봉인 재벌 총수들이 추잡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내 나라의 현주소라니 참담한 심정이다. 수많은 공직자들은 어떤 심정일까. 웃물을 온통 흐려놓고 청렴을 아무리 강조하고 부정청탁금지법을 엄히 시행하겠다고 해서 아랫물이 맑혀질까. 나라의 백년대계를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선조들이 한 해의 끝과 시작으로 여겼던 섣달그믐날과 설날을 맞으며 재차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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