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들어진 옛 대문을 지나 자갈길을 걷다보면 부엌에서부터 생선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온몸으로 느껴진다. 먼저 코를 자극한다. 입안엔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머릿속은 온통 생선구이 생각뿐이다. 저절로 두 다리는 발길을 재촉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통 먹을 생각으로 가득 차는가보다.

다행인 건 손님이 항상 많다는 걸 알고 미리 예약을 하고 갔기에 그래도 차지하고 앉을 자리는 있다는 것이다. 대체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 이 집에서 굽는 생선은 몇 마리쯤이나 될까? 안은 시끌시끌하고 밖에는 한발 늦어 자리가 없어 서성이는 사람들도 보인다. 없는 자리도 얼마나 만들어 앉고 싶은 심정일까! 예약을 하고 오길 어찌나 잘 했는지….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옛 기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론 은근 고소한 생각에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뭔가 차지한 것 같은, 1등한 기분이랄까? 웰빙맛집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요즘, 등푸른 생선의 효능이 부각되면서 생선구이집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상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집에서 먹는 한 끼 식사 같은 가정식 백반에 생선구이를 올려놓으면 생선구이 하나 만으로도 뭔가 한상 잘 차려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뭐랄까,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 이런 포스는 다른 찬들과는 감히 비교를 할 수 없다. 가정식 백반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생선구이다.

음식이 나오는 데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숯불에 생선을 굽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약은 했지만 미리 구워 놓고 기다리는 게 아니란 걸 알기에 자리를 맡고 앉아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만족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이윽고 상이 차려졌다. 밑반찬도 좋다. 된장국과 흑미밥, 그리고 집 반찬의 정석이라 불릴 수 있는 콩나물 무침, 깍두기, 깻잎 무침 등 10여 가지가 나온다.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집 반찬의 맛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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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에는 숯불에 노릇노릇 잘 구워진 갈치, 고등어, 삼치, 이면수 4가지 생선이 나왔다. 1인분 7천원에 갖가지 생선을 맛볼 수 있으니 기분까지 좋다. 여러 가지 생선구이 맛을 비교해가며 먹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하다. 조금 퍽퍽하지만 구수한 삼치, 특유의 기름기가 입맛을 돋우는 고등어, 이 집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이면수 등. 부드러운 살과 특유의 맛에 감동해 처음 먹어본 이면수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숯불에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기름이 빠지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그래서인지 더욱 맛이 좋다. 가정에서 가스 불에 구운 것과 전문식당에서 바삭하게 구운 것, 그 맛이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집에서는 냄새 때문에 쉽게 먹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또 추가로 나오는 눌은밥까지 먹고 남은 물까지 다 마시면서 오늘 점심 거하게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 발걸음이 무겁다.

음식점 중에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내세운 집은 흔치 않은데 사무실 주변에 이러한 식당이 가까이 있어 더욱 좋다. 그래서 한 번씩은 잘 차려진 생선구이 밥상을 먹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이 집을 찾는다. 가끔 점심식사로 좋은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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