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 산과 들에 꽃들이 폈다가 지고 나뭇가지마다 푸르른 이파리들이 자라더니 이제는 당당하게 여름을 알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입맛도 없고 바쁜 일상과 더위에 지친 몸을 위해 오늘의 점심은 무얼 먹을까, 또 고민을 해본다. 오전 11시. 날마다 이 시간이면 어떤 메뉴가 좋을지 생각을 하는 시간이다.

우리 문화원 원장님은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점심식사는 꼭 문화원 직원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신다. 그러면서 직원들을 한 식구라고 말씀하신다. 원래 식구(食口)란 말은 ‘한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신다.

오늘 원장님은 더운 여름철, 땀도 많이 흘리고 그래서 이럴 때는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며 ‘콩국수’가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신다. 우리들도 물론 콩국수를 좋아하고 몸에도 좋다는 사실을 안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콩국수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일이다.

콩이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 입에 담는 것조차 새삼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콩은 예부터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정도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완전 단백질 식품이다. 단백질 성분이 쇠고기보다 2배 이상이고 칼슘은 200배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콩국의 주재료로 쓰이는 흰콩인 대두(大豆)는 오장을 보해주고 경락의 순환을 도우며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콩은 예나 지금이나 입맛을 되찾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보양식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 콩국수 ⓒ 파워뉴스

문화원을 나와 교동 사거리의 세무서 앞을 지나 공주소방서 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거리에 ‘일미당’이라는 식당 간판이 나온다. 우리는 그 곳으로 곧장 들어가 콩국수 네 개를 주문한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주인은 건장하고 믿음직스러운 남자 어른이시다. 먼저 식당을 몇 년 동안이나 운영해 왔냐는 질문에 30여 년이라 답한다. 30여 년이라…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일미당’을 지켜왔단 말인가. 나는 또 지금 이 자리에서 30여년을 계속 지켜온 건지 궁금해져 다시 묻는다.

그러나 그 한 자리에서 30여 년을 지켜온 것은 아니고, 우리 문화원 앞의 거리에서 영업을 하다가 현재의 위치로 가게를 옮겼다 한다. 계속 우리 문화원 앞에서 장사를 했더라면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가깝게 바로 가서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사실 하나. 오랫동안 음식점을 연 경험에서 나온 한 마디. 콩국수는 기온이 29도에서 31도 사이인 날 많이 팔린다 한다. 그것도 나로서는 처음 듣는 소리다.

4월부터 9월 말까지 콩국수 영업을 하는데 공주의 인구수가 줄어드는 추세라서 장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콩국수는 한 때 장사 밖에 못하는 애로 사항이 있다고 한다. 주인과 주고받던 이야기가 끝날 무렵 우리가 주문한 콩국수는 열무김치와 바로 무친 겉절이와 함께 나왔다.

국물이 텁텁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개운한 맛이 역시 ‘여름’ 하면 콩국수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가히 맛과 영양을 모두 갖춘 음식이라 할만 했다.

콩국수는 밑반찬 또한 중요하다. 그날 우리가 먹은 밑반찬은 새콤달콤한 열무김치와 바로 무친 겉절이였다. 콩국수의 슴슴한 맛을 절묘하게 보완해주어 배가 부른데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게 만들었다.

*콩국수 만드는 법
콩국은 콩을 물에 5~6시간 불린 후 살짝 껍질을 벗겨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삶아 건져낸다. 콩이 식으면 믹서를 이용해 곱게 갈아 체로 받쳐 비지를 제거하고 국물을 만든다. 콩국을 만들 때는 콩을 물에 불리는 시간과 물의 온도, 삶는 시간 등에 따라 콩국의 맛이 결정되므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소면은 탱탱하게 삶아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주고 그릇에 담아 콩국을 부으면 콩국수가 완성 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역시 우주에서 돌아오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엄마표 콩국수’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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