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봄이 왔는가 싶더니 어느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추위에 떨며 지낸 지가 어느덧 옛 기억으로 사라지고 시원한 음식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렇듯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네 번에 걸쳐 돌고 돌아오지만 점심시간은 매일같이 똑같은 시간에 돌아온다. 그래서 매번 점심메뉴 고르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지만 그 일은 힘든 일 중에서는 가장 쉬운 일이고 또한 행복한 고민이다.

덥기도 하고 시원한 음식 생각에 오늘의 점심은 문화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걸어가기엔 멀고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므로 조금 일찍 서둘러 사무실 문을 잠그고 차에 몸을 맡긴다. 더운 날이라 차안은 찜질방에 들어온 듯 열기로 푹푹 찐다. 그래도 차가 있어 땡볕 아래 걷지 않고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더위가 가시고 시원해질 무렵 벌써 식당에 도착. 교육대학교와 시청이 근접해 있다 보니 손님들도 다양하다. 학생, 직장인들, 그리고 주변에서 일을 하다 잠시 점심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 그 틈에 끼어 우리도 함께 식사를 한다. 시끄럽지도 않고 굳이 예약하지 않아도 되므로 부담 없이 편하게 가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오면 된다.

길을 가다 우연히 알게 되어 들렀던 곳인데 이곳에서 처음 ‘막국수’라는 음식을 접했다. 이름으로만 들어봤던 막국수. 대체 어떤 맛인지? 그리고 막국수, 닭갈비 하면 다들 춘천을 떠올리는데 왜 춘천이 유명한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더해만 갔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태백산맥 지역의 메밀이 성분이 좋아 영서지방에 메밀요리가 발달하게 되었고, 또 이 지역에 양축(養畜)업이 성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춘천지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긴 겨울밤 밤참으로 부담 없이 즐겨 먹었다고도 한다.

▲ 막국수. ⓒ 파워뉴스

먼저 막국수와 닭갈비를 적당히 주문한다. 막국수를 먹기 전 닭갈비로 배를 조금 채운다. 양념 고추장이 골고루 발린 고기와 도톰하게 썬 양배추, 고구마, 당근, 쫀득한 떡이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는다. 맵기도 하면서 채소가 들어있어 달짝지근한 맛을 느끼게 한다.
매콤한 양념이 배인 고기를 먹고 난 뒤에 시원한 막국수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한다.

막국수는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거나 양념에 비벼먹는 국수를 말하는데 비벼먹는 국수는 이 집 메뉴에 없어 먹어본 적이 없으므로 그 맛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국물에 말아 먹는 편이 더 맛있을 듯싶다. 메밀의 순후한 맛과 전분의 녹말이 내는 맛의 합성으로 면발은 구수하면서도 쫄깃하고 국물은 새콤하니 내 입맛에 딱이다. 맛만이 아니라 피부미용과 성인병 예방에도 크게 한 몫을 하는 음식인데다 값마저 부담이 없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다.

그런데 막국수에 왜 ‘막’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을까? ‘막’이라 함은 ‘성의 없이 대충’이라는 뜻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막노동, 막과자와는 다르다.
면발을 뽑아 막 삶았고(금방 삶았고), 누구나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어 ‘막’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을 것으로 본다. 복잡한 조리과정과 특별한 재료 없이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막국수라는 이름이 생긴 것 같다.

매콤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고 시원한 살얼음에 새콤한 음식이 나에게는 환상의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매콤한 닭갈비를 먹고 난 뒤에 시원한 막국수면 안성맞춤이다.

막갈비! 즉석에서 붙여진 이름. 막국수와 닭갈비의 합성어다. 빨리 말하려다 말이 헛나오는 바람에 막국수와 닭갈비를 합쳐 ‘막갈비’라고 내뱉았던 것이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당황하며 한바탕 웃고 넘어갔다. 막갈비…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막갈비’ 하면 막국수와 닭갈비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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