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꽉 차 있어야 할 시장 안이 조용하다.

어쩐 일일까? 일부러 5일마다 열리는 공주의 장날을 택해 사람구경, 물건구경 이것저것 구경할 생각으로 시장 안의 한 식당을 택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며칠 내내 계속 비가 오더니 오늘은 해가 반짝 나서 날이 개어 그동안 하지 못한 농사일을 하느라 다들 바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파는 사람 장구경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살짝 아쉽긴 해도 오랜만에 순대국밥을 먹으러 갈 생각에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맛있는 순대를 생각하니 출출한 배는 더욱 꼬르륵~ 요동을 치고 있었다. 혹시 누가 듣지는 않았나, 괜스레 혼자 얼굴이 빨개져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다.

전에도 사무실 식구들과 함께 와본 곳이라 어림짐작으로 식당을 향해 걸었다. 근처에 다다랐을 때는 골목이 많아 이 골목 저 골목 헷갈리기 시작했다. 시장 안은 이렇듯 다 아는 것 같지만 여러 번 가보아도 모를 때가 많다. 미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두 골목 중 느낌이 좋은 한 골목을 택해 들어갔다. 역시나 예감이 딱 맞았다. 약간은 초라해 보이는 허름한 건물 앞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간판을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70년대의 식당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옛스런 풍경이 좋아졌다. 약간 허름하면서도 옛날 냄새가 묻어나는 곳, 아무 때나 찾아가도 부담 없이 들어가 먹을 수 있는 곳. 이 집이 바로 그런 집이다.

▲ ⓒ 파워뉴스

들어가 자리에 앉아 다른 때와는 다르게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벽에 걸려 있는 작은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올 때마다 순대국밥만 주문했기 때문에 이 집의 메뉴는 딱 한 가지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오늘 와서 자세히 보니 순대국밥 말고도 순대국수, 순대전골 등 순대로 만든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순대전골이나 순대국밥은 그동안 많이 먹어 봤지만 순대국수라는 메뉴는 처음 본다. 대체 순대국수는 어떤 음식일지 궁금해져 혹시 주변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나 하고 쳐다봤지만 눈에 띄는 것은 순대국밥뿐이었다.

벌써 주문을 해놨기 때문에 오늘은 순대국밥을 먹기로 하고 다음에는 순대국수를 먹으러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빨리 음식이 나오기를 바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순대와 머릿고리, 내장이 듬뿍 담긴 순대국밥, 그리고 반찬으로는 잘 익은 깍두기, 김치, 맛있게 양념이 된 새우젓이다.

이 식당의 순대국밥은 건더기가 듬뿍 담겨져 있어 좋다. 순대국밥을 못 먹는 사람들에겐 이런 건더기가 보기 안 좋아 못 먹는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맛에 순대국밥을 좋아하게 됐다.

음식은 우연한 기회로 그 맛을 아는 것 같다. 보기에는 안 좋아 보이는 음식일지라도 먹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순대국밥이 바로 그렇다.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 할 수 없듯이 음식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 ⓒ 파워뉴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순대국밥을 먹을 때 한 가지 버릇이 있다. 우선 순대를 먼저 골라내 새우젓에 가볍게 찍어 먹은 뒤, 머릿고기와 내장을 하나하나 찾아서 먹는다.

그렇게 다 골라 먹었을 때쯤 되면 조금씩 배가 불러진다. 쫄깃하게 씹히는 재미와 고소한 특유의 맛이 있어 이런 건더기들로 먼저 배를 채우고 그 다음으로 밥을 먹는다. 순대국밥은 먹고 나면 가득한 포만감이 있어서 좋다. 뭔지 모르게 많은 것을 가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집에서 먹는 순대는 진짜 순대다. 공주사람 가운데 먹어본 사람은 안다.
만약 그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 이 집에서 순대를 먹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다른 고장에 나가 살면서 다른 고장의 순대를 먹는다 하더라도 이 집의 순대, 바로 공주의 순대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주가 좋고 공주시장이 좋고 공주의 순대가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저작권자 © 파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