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젊은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우리들 삶이 많이 변하고 생활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좋아진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부유층 사람들만 지녔던 자가용을 이제는 1가구 1차량을 넘어서 1가구 2차량 가지게 되었으니 참 많이도 바뀐 세상이다.

음식문화만 해도 저 홀로 발전하거나 동떨어져 있지 않다. 시대적인 흐름을 따라 함께 발전하고 변하게 되어있다. 이제 우리는 자가용이 흔하므로 자가용을 이용하여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음식만 맛이 있으면 거리를 묻지 않고 음식점을 찾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 속도 역시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인터넷만 접속하면 내 주변의 소문난 ‘맛 집 검색’에서 실지로 먹어본 사람들의 현실성 있는 음식 평이나 소감이나 그런 것들이 한 몫 한다. 사진으로도 소상히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스마트폰의 시대로 더욱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 알밤누룽지탕. ⓒ 파워뉴스

입소문이란 참으로 무섭다. 오늘의 이 식당, 참으로 놀랍다. 산골짜기와 중국집. 뭔가 어울리지 않아도 한참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집이라 하면 먼저 배달이 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사는 주택지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선입관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들을 망치로 깨듯 확 깨버린 것이 이 음식점이다.

공주시 우성면 한천저수지 근처, 산골짜기 그것도 길의 끄트머리 어디쯤 정말로 중국집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영업이 잘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것은 우선 이 음식점이 예약을 절대로 받지 않는 데에서 증명된다. 정말로 고집스럽게 예약은 그 누구라도 사절이다.

무조건 먼저 와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빈자리를 차지하고 음식을 청하는 사람이 임자다. 60여명 정도의 자리가 차면 다음 손님은 예외 없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멀리까지 짬을 내서 왔다느니 시간이 바쁘다느니 아무리 그래도 이 집에서는 안 통한다. 그저 먼저 오는 사람 우선, 기다렸다가 차례대로 먹는 것이 이 집의 어쩔 수 없는 법칙이다.

얼핏 오만하다고나 할까. 다들 힘들게 찾아온 길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가는 길도 멀고 험하고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기다리면서까지 먹는 데는 그만큼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음식을 주문해서 먹다보면 그럴만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조금쯤 불편했던 생각이며 느낌들을 차례로 나오는 이 집의 음식들이 말끔히 잊게 해준다. 무엇이 이 식당을 오만하게 당당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있게 해준다. 그것은 오직 음식 맛에 있다. 특색 있는 음식에서 맛의 자부심이 보인다. 다른 중국집과는 차원이 다른 색다른 특별한 맛이다.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걸어 들어가려면 음식점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탁! 탁! 탁! 밀가루 반죽을 판때기에 내리치는 소리다. 기계면이 아닌 수타면인 것이다.

식당 안은 벌써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다들 우리처럼 힘들게 왔으리라……. 사람은 다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이 음식을 좋아하는 마음은 하나로 통하고 있는 것 같다.

▲ 밤해물쟁반짜장. ⓒ 파워뉴스

우리는 밤해물쟁반짜장, 알밤누룽지탕을 주문했다. 특별한 점은 모든 음식에 알밤이 들어간다는 것! 공주가 밤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 밤 요리를 밤의 고장 공주에서 맛 볼 수 있다는 것. 유명하다는 것은 맛도 있고 생산량도 많고 두루두루 좋다는 것이다.

다른 집에서 먹어 본 쟁반짜장과는 모양새부터가 다르고 맛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다르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쟁반짜장의 맛이다. 이럴 때 나는 신세계를 맛보았다고 표현하고 싶어 한다.

한눈에 보아도 넉넉한 해산물, 통째로 들어간 알밤, 짜지도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맛! 뭐라 설명할 수 없어 먹어봐야지만 알듯하다. 통으로 들어가 있는 알밤을 건져 먹는 맛도 해산물을 건져 맛을 보는 것도 쫄깃한 면발을 맛보는 것도 하나같이 맛있고 재밌기도 하다.

손으로 내리쳐 만들어 낸 면은 입안에서 쫀득함이 다 먹을 때 까지 느껴진다. 알밤누룽지탕은 보통 생각하는 누룽지탕이 아니다. 검은색 뚝배기 안에 전분이 들어간 것 같은 걸쭉한 국물, 쫀득쫀득한 누룽지는 여러 가지 해산물, 야채 안에 숨어있다.

알밤, 죽순, 새우, 해삼, 오징어, 당근, 버섯 등이 보인다. 그리고 누룽지가 보인다. 누룽지탕 세 접시를 먹고 나니 어느 정도는 배가 부른 느낌이 들고 쟁반짜장까지 몇 접시 덜어 먹고 나니 배가 빵빵해진 느낌이다.

뱃속 가득 채우고 나오며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식당 옆의 개울가로 간다. 참고로 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런데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소리 들으며 입안 개운 한 잔을 다 마신다. 좋은 공기, 편안한 물소리, 맛있는 음식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잠시나마 덜고,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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