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호 공주세광교회 목사.
양지는 3.1절 만세부른 시간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아이들 이름도 삼희, 일희라 지어서 3.1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올해는 결혼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날이 날이니만큼 가만 놔두지 않는다. 3.1절 행사가 아니면 동창들이 주로 모였었다. 올해는 아직 조용한데다 30주년이라는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서 미리미리 팬션을 예약해 놓고 나름 준비를 하였다. 지난 주 시로 발표한대로 쉼이 필요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웬걸, 민족복음화운동본부에서 공주 유구에 있는 모 기도원에서 3.1절 기념예배를 드린다고 부른다. 처음에는 설교를 해달라다가 기념사를 해 달라고 한다. 공주시기독교연합회 직전회장 직함 몫으로 부름을 받았다. 유구에 있는 팬션을 예약했는데 잘 됐다. 그리고 3.1절 이야기를 해달라니 거절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대전충남 생명평화기독교행동에서 부른다. 사랑하는 후배 남재영 목사가 시무하는 빈들감리교회에서 모인다. 일부러라도 가보고 싶은 교회인데 목정평 회장으로 있으니 거절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아들이 비싼 문화공연 표를 예매했다고 전화를 준다. 그리고 딸이 밥 먹자고 전화를 한다. 행복한 비명이라고 해야겠지? 문제는 동선이다. 유구갔다, 대전가서 회의하고 저녁 먹고,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공연보고 다시 유구로 가야하는 일정이다.

푹 쉬려고 했는데 일정이 빡빡하게 되었다. 예배도 잘 드리고 회의도 잘 마쳤다. 27년 전통 오리요리전문점에서 저녁도 잘 먹었다. 드디어 공연장을 찾았다. 충남대 정문 바로 옆 정심화홀이다. 차량물결이 모두 공연장행이다. 아들이 사준 티켓을 보니 A석 8만원이나 한다. 놀라서 팜프렛을 보니 W석 20만원, V석 15만원, S석 10만원, 다음이 A석, 마지막이 B석으로 5만원이나 하는 중국전통문화공연이었다. '5천년 문명의 부활'이라는 주제의 '션윈' 2012 내한공연이다.

화려한 안무와 독창적인 중국 고유의 라이브 오케스트라에 중국 고대문화의 환상적이고 풍요로운 전통문화의 웅장함, 화려한 무용수들의 의상과 목가적인 아름다움, 황제의 이야기, 성악가들의 수준 높은 공연이 예술성을 더 한다.

문제는 내한 공연인데 한글 자막이 없다는 아쉬움과 우리 것이 아닌 중국 것을 비싼 입장료 내고 1, 2부 무려 두 시간 반이나 소요하면서 꼬박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왜 스님들이 이렇게 많이 보이나 했더니 마지막 공연이 '위난이 오기 전 신神이 구원하다'였는데 내용이 계속된 정사의 대전이 결말의 시각에 이르러 중생들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부처(主佛)가 내려와 구원한다는 줄거리였다. 비싼 입장료에 좀 더 알아보고 추천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밤 10시 이제 숙소를 향해 다시 공주 - 유구까지 달려갔다. 팬션에 스파가 있어서 즐기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불가능했다. 시골에 살면서 왜 시골이냐고 불평하는 아내를 달래서 간단히 이벤트를 하고나서 쉼을 얻었다.

다행히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물론 30년을 하루 같이 살아 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장미 30송이는 못되지만 몇 송이 전했다. 아마 30송이를 전했더라면 "웬 비싼 장미를 이렇게나 많이 주느냐? 살림해야하는데..."하는 핀잔을 들었을 것이다. 여자들은 꽃을 받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주면 아까워한다는 말을 들었다.

교회 주보에도 냈다. 사실은 휴가를 얻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 갈 일을 일부러 흘렸다. 심지어 "아무 생각이 없다. 무뇌, 뇌를 쉬어야 겠다'는 시를 쓰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들 전도사도, 장로들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 듯 하다. 늘 쉬는데 뭐 휴가냐?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걸 내려놓는 휴가는 다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주간만이라도 다 내려놓고 일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3.1절과 함께 맞는 결혼 30주년 기념일은 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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