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섭(前공주시장 후보,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직대)

김정섭(前공주시장 후보,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직대)

무령왕릉과 공산성에 이어 우리 공주의 천년고찰 마곡사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4일 마곡사 연화당에서 열린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국제학술회의가 첫걸음이다. 독일, 인도, 중국, 스리랑카, 이스라엘 등지에서 온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회)의 종교 유산 전문가들이 세계유산에 기등재된 기독교, 불교, 이슬람, 힌두, 유대교 유산에 관해 다투어 발표했다.

민간 자문기구인 이코모스가 등재 권고를 할 경우 세계유산위원회는 대부분 그대로 채택해왔기에 한국의 전통산사 등재 추진에 소중한 참고가 되는 학술회의였다는 평가다.

올해 7월경 등재 여부가 결정될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이웃 부여군과 전북 익산시와 함께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마곡사는 ‘한국의 전통산사’로 묶인 7개 고찰의 하나로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속리산 법주사(충북 보은), 조계산 선암사(전남 순천), 두륜산 대흥사(전남 해남), 천등산 봉정사(경북 안동), 봉황산 부석사(경북 영주), 영축산 통도사(경남 양산)가 함께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2013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바 있고, 2018년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7개 고찰은 전통불교 유적으로서 깊은 산속에 있다. 대개 6세기에서 7세기에 걸쳐 처음 창건되었는데, 17~18세기에 중창(중수)되어 현재와 같은 가람 배치와 공간형식을 갖게 되었다.

7개 사찰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르게 배치되었고 전각 유형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모두 주변자연을 해치지 않고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조영되어 인간-자연의 상생정신을 구현했고, 유형유산으로서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면 우리의 전통산사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세계인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25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엄습한 강진으로 수천의 귀중한 인명과 함께 세계유산 4곳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 힌두교, 불교 유적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세계유산제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시점이다.

불교는 고대 삼국에서 공인되어 고려 때까지 1천여 년에 걸쳐서 융성했다. 사찰은 종교적 기능뿐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훌륭한 건축, 조각, 미술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의 사찰은 고래의 산악 및 토착신앙을 반영하므로써 다른 나라와 구별 짓는 특유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특히 유교국가인 조선시대에 억압과 배척을 받고 산사만 남게 되었다. 마곡사의 경우에도 태화산 줄기가 가람을 둘러싸고 있어 고즈넉한 느낌을 주는데, <정감록> <징비록> 등에서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 꼽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종교를 잣대로 하지 않는다. 종교적 가치가 세계유산의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별로 분류해보면, 문화유산 779개, 복합유산 31개 안에 30여 개의 불교유산이 있다. 우리나라의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경주 역사유적지구도 이미 세계유산에 올라 있다.

종교 유산 중 가장 많은 것은 단연 기독교 유산이다. 무려 276개에 이른다. 예루살렘․바티칸과 같은 종교적 중심지, 각지의 대성당, 수도원(수녀원), 순례지, 교회가 포함되어 있다. 이슬람 유산도 인도의 타지마할을 비롯해 85건에 이르고 그밖에 힌두교, 유대교 유산도 있다. 불교 유산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의 특유한 유산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올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2018년에 한국의 전통산사가 이어서 등재된다면, 공주는 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고도(옛 왕도)이자 역사도시로서 명실상부한 대접을 받게 된다. 훌륭한 유산을 창조한 선조들의 크나큰 덕이다. 지금껏 잘 보전하고 계승해온 이들의 공 또한 크다. 이후에 잘 가꿔나가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임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세계유산 등재를 이뤄낼 수 있도록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스스로 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타인에게 안내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세계유산도시 공주’는 이전보다 확연히 높은 격을 갖추기를 바란다. 시민도 세계인으로서 재탄생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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